비빔밥 소스 (각종과일들 / 마늘 / 깨소금 / 꿀 / 매운고추/ 고추장/ 맑은 젓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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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케와 여자 조카가 도착했다. 너무 반갑고 또 너무 흥분된다. 조카는 아직 젊어서 얼굴이 별로 변한 것이 없건만 올케언니는 이제 완전히 늙은이다. 나와 조카는 마당에나와 화단에 물을주고 있었고 올케는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의자에 얌전히 앉았다.
“아이구 고모 난 돈 준다해도 이렇게 많은 일을 못하겠어. 뭘 이리도 많이 심어놓았노.” 올케의 푸념인지 놀람인지 한 바탕 늘어놓는다. 저녁 식사 후 가족들 얘기로 꽃 동산을 만들며 밤 11시까지 이야기가 끝이없다.
“아, 우리 시어머님같은 분 없으셨다구. 나 한테 잔소리 한번 안 하셨지 뭐” 올케의 이야기다. 조금 있다가 올케는 또 엉뚱한 얘기를 한다. “고모 xx 아빠(나의 옛 남편)와 합치라구. 그 양반 얼마나 사람 좋아? 이렇게 혼자 살면 외롭지 않아? 마당에 나무들도 많아서 밤에는 무섭겠구먼.” “어 허 허 허 언니 난 하나도 안 무서워요 그리고 바빠서 외로움도 없어요 내 걱정 마쇼.” 나는 헛기침을 계속한다.
언니는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은지 저녁 식기도를 하면서도 내가 옛날 남편과 합치기를 하나님께 “미있씁니다.”라며 힘주어 기도한다. 나는 기도가 끝 날때까지 웃음을 참지못하고 속으로 끼득거렸다. 치매라서 그런가? 뜬금없이 헤어진지 23년이나 된 사람과 함께 살라니 이건 또 뭐꼬…
하여튼 올케의 그런 기도도 귀엽게 애교로 봐 주기로했다. 올케는 당뇨도 있어서 조카는 시간맞춰서 약을 챙기고 인슐린을 맞춰드린다. 어느 해 부터인가 내가 두 명절때는 꼭 고기와 조기를 보내드리는데 올케는 그것을 몇 달이나 친구들에게 자랑한단다. “언니, 언니가 살아계실 동안에는 꼭 보내드릴께요.” “아, 고모 뭘 그래 그게 어디 쉬운일인야?” 우리는 서로 감사하며 또 감격한다.
“고모, 고모 세분이 우리 엄마한테 ‘감사패’ 보내드린것 때문에 우리집에 오는 사람들이 모두 난리였어요. 이런 시누이들도 있냐구요.” “으 흐 흐 흐 그랬구나. 우리의 작은 성의였지.” 오래전에 내가 미국에 있을 때 나와 언니 둘이서 올케언니에게 크리스탈로 새긴 감사패를 보내드렸었다. 아직도 그 감사패는 거실에 떡 버티고 있다며 고마워한다.
“고모,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리에 우리집 기도는 누가할까 싶었어요. 내가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할머니한테 가끔씩 들렸는데 할머니께서는 8 시 12시 3시가 되면 하던일을 멈추고 방으로 들어가 기도 하시더라구요. 할머니 소천 후 나는 그 기도줄을 끊지않기위해 내가 직접 내 기도를 해야 겠다고 다짐했고 그 이후 내 신앙의 줄도 바로 잡았어요.” 조카는 할머니의 추억을 이렇게 더듬는다.
시누이 올케간에 우리는 단 한번도 마음 상한일 없이 이 시간까지 왔다. 참으로 고마운 일 아닌가. 이제 올케의 정신이 얼마나 더 남아있을까만은 이만큼이라도 대화 할 수 있는 시간에 만난것이 매우 기쁘다.
같은 사업을 하면서도 오빠는 늘 큰 수익을 못 올리고 올케는 늘 다블로 올려왔는데 올케는 그 일을 이렇게 말한다. “오빠가 너무 착하고 순진해서 사업을 잘 못했지만 그대신 하나님께서 내게 다블로 매상을 올려주셔서 오빠 몫까지 다 챙겨 주셨어. 하나님은 우리의 성정도 잘 아시는 분이지.” 올케는 돈 잘 못는 오빠를 원망하지않고 늘 긍정적으로 얘기한다.
“오빠가 내게 참 잘해줬지. 우리 교회에서도 모두 그렇게들 얘기해.” 오빠에게 있는 장점만 자랑하는 올케언니를 내가 어찌 좋아하지 않을소냐.
침실인 이층으로 올라갈때 누군가가 꼭 붙들어주어야 하는 울 올케지만 이만하면 생각보다는 그리 나쁘지 않다. 두 딸년이 도둑년들이라는 말을 수시로 하기에 내가 왜 딸년들이 도둑년이냐? 고 물으니
“아 글쎄 고모, 내가 요새 돈 구경 못해. 교회 십일조도 못 하구.”
“언니, 그동안 헌금 많이 했는데 이제부터는 안 해도 하나님께 혼 나지 않아요.”
“그래도 난 옛날 만큼 해야 마음이 편해.”
“그러면 옛날보다 적게 반으로 줄이세요. 지금 옛날보다 수입 확 줄었잖아요. 많이 바친다고 하나님이 기뻐 하시는 것은 아니죠. 과부의 엽전 두 닢 생각 안나세요?”
조카말은 통장에 돈 들어있는 것 보여드려도 니년들이 내 돈 훔쳐 갔다고 다그친다니… 헉 헉 헉
이러쿵 저러쿵 몇 시간 우리는 웃다 울다 시간을 보냈다. 내일은 또 울 올케가 무슨 얘기로 나를 즐겁게할까 몹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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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22도 12도 / 점심 시간에 교회 담임목사와 부목사 부부 다녀감 (역시 부엌 수리로 미루어왔던 식사였다.) 메뉴는 비빔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