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일인가? 울 올케가 삼 일 동안 내게 하는 얘기는 이미 수 십번 들었다. 내가 “아,, 언니 그 얘기 한 번만 더하면 백번이요.”라고 손 사레를 치건만 언니는 아랑곳 없이 한 얘기를 하고 돌아서서 또 한다.

내게 이런 현상이 시작된다면 누군가가 곁에서 제발 내게 고 미국 레이건 대통령처럼 이렇게 말 해주었으면 고맙겠다. “당신이 지금 서서히 치매증세로 들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이라도 하지 않겠나 싶다.

그런대로 이해하면서 Chemainus 벽화마을을 다녀왔다. 마침 날씨가 매우 좋았다. 파란 하늘과 부드러운 바람 그리고 푸른 숲을 바라보면서 언니와 조카는 내내 “공기가 너무 좋다.” 말 하면서 빅토리아 공기를 부러워한다.

올케언니는 내 봄 스웨터도 사 주고 맛 난 저녁도 사 주었다. 저녁후 여자 셋이 둘러앉아서 오빠 얘기로 꽃을 피운다. 오빠가 빠지면 우리 세 여자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인지 자연히 생전의 오빠 얘기가 많이 나온다. 얘기를 하다보니 오빠가 가족몰래 잠시 가졌직업 일이 들통나고 말았다. 알고보니 그 일은 나 혼자만 알고 있었던 것을 오늘에야 알게됐다.

올케와 조카는 너무나 놀란다. “오빠가 그런일을 했다구요?” “그럼요. 아니 몰랐었나요?” 이번에는 내가 놀란다.

오빠의 자존심 때문 이었을까? 돌아가신지 육년이나 되는데 아무도 몰랐던 오빠의 비밀 이야기, 그것은 그리 감출 일도 아니었는데 왜 오빠는 가족들에게 감추었을까 싶다. 사람들은 누구나 남 모르는 비밀 하나쯤 감추고 살아가는가보다. 올케는 그래도 오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며 그 입에서 오빠 흉 보는일이 없다.

여기까지는 하 하 호 호 하며 참 좋았다.

그러다 올케가 공연히 같이온 조카의 심정을 긁는 소리를 했다. 물론 조카는 엄마의 말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같은 소리를 자꾸 들으니 짜증이 나는 가보다. 조카가 큰 소리로 “엄마, 그게 아니잖아요.” 하면서 소리를 친다. 나는 조카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언니 생각이 잘못됐다고 조카편을 들어주던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올케의 음성이 높아지더니 나와 조카를 바라보면서 고함을 지른다.

“야, 너 뭐야, 응??? 니들 뭐냐구???”

흥미롭던 우리의 대화는 여기서 끝이나고 막을 내려야했다.

정상과 비정상, 비정상때문에 당하는 정상의 외로움(혹은 괴로움) 같은 것을 곱씹어보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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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8도 / 매우 좋은 날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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