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년동안 고사리를 제대로따지 못했다.

고사리가 예쁘게 올라와있는 시기는 2주가량인데 이 때를 놓치면 다 세어 먹지 못한다. 어제 올케와 조카가 떠난 후 아직도 고사리가 남아있는지 멀리 나가보았다. 지금쯤은 한국 아지매들의 극성으로 이미 고사리 모가지가 뎅그랑뎅뎅 다 떨어져 나갈 시기다.

운전하고 가는 길 가는 고사리가 다 피어서 너풀거린다. “애구구 다 피었네. 가봐도 별 것 없겠구먼.” 중얼거리며 가끔씩 가 보는 내 고사리 밭으로 갔다. 산 입구에서 중간까지는 고사리가 비실비실 별 딸것이 없어서 실망을 했는데 조금더 들어가니 제법 준수하게 피어있다. 땀 흘리며 한 보따리 따와서 삶아 물을 빼고 있는 중이다.

밴쿠버에서 내게 언제나 맛 있는 밤과자를 만들어 보내는 팔순넘는 권사님이 계신다. 밤과자를 선물 받을 때 마다 나는 그 권사님에게 “권사님 고사리는 언제나 제가 책임집니다.”라고 큰 소리 땅땅 쳐 왔는데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못해왔다가 금년에는 밀린 것 까지 다 보내 드릴 수 있게되어 매우 기쁘다.

사실 고사리는 먹는 것 보다 따는 재미 때문에간다. 고사리를 따 본 사람이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 할 것이다. 고사리를 딸때는 뒤로 자빠지고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한 가닥 더 따려고 팔을 뻗는다. 거기 있는것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데도 왜 그리 급한지 정신줄을 놓는다. 몇 년 전에는 너무 깊이 산 속으로 들어가 길을 잃고 얼마나 헤매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지금은 나침판을 들고 들어간다.

“고사리 딸때 무아지경에 들어간다”

또 어느 사람은 “무상무념 혹은 무아지경”이라고 하며

“시름이 없어진다”고 넉두리 하는 아줌마도 보았다.

고사리 딸 때의 그 ‘똑’ 소리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무슨 마약을 먹고 덤벼드는 그 얄궃은 정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렇게 따 오면 이것을 삶아 물기를 빼내고 햇볕 밝은날 골라서 잘 말려야하는데 날이 궂으면 이것 말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나는 내 나름의 노하우로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린날은 그들을 뭉쳐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해가 날때 내다 말린다.

내가 고사리 나물을 장만할 때는 정말 귀한 손님이 올때다. 고사리 나물이 상 위에 올라올때 까지의 그 정성은 해 본 사람만이 안다. 고사리를 말린후 나물을 만들때는 다시 하루전에 불려서 여러번 물을 갈아내고 적당히 부드럽게 삶아야 하기 때문에 수시로 냄비 뚜껑을 열어서 손으로 만져보며 확인해야한다.

평소에 허리가 아프다고 끙끙 거리는 아는분이있는데 이 분은 고사리꺽을때는 ‘허리 아픔 뚝!’ 이란다. 참으로 요상타. 이 고사리가 무엇이관대 허리아픈 사람의 그 아픔도 멈추게 하는지 모르겠다. 이 분은 아는 친구가 고사리 꺽으로 오라하면 패리를타고 빅토리아까지 단숨에 달려온다니. 와, 정말 한국 아지매들 우짜면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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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찬 리버 강줄기에서 돌 몇개를 주워왔다. 아주 납작한 돌은 그림을 그리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