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 뜰에서 풀을 한가히 뜯고있는 사슴들, 나는 얼른 우리집 대문이 바로 닫혔는지 점검해야만 했다. 사슴이 남의 집 풀 뜯는것은 보기 좋은데 우리집 마당에와서 꽃과 야채 그리고 과일 잡술때는 것은 내 목에 핏대줄이 올라간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 주 전에 교회에서 빌린 책 ‘언어의 온도'(이기주작)이야기를 해본다.

말과 글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

언어에는 따뜻함과 차가움, 적당한 온기 등 나름의 온도가 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기도 하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으로 위안을 얻는다. 이렇듯 ‘언어’는 한순간 나의 마음을 꽁꽁 얼리기도, 그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여주기도 한다. 

『언어의 온도』의 저자 이기주는 엿듣고 기록하는 일을 즐겨 하는 사람이다. 그는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몹쓸 버릇이 발동한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저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농밀하게 담아낸 것이다.

이 책 소 제목중에 하나인 ‘경비 아저씨가 수첩을 쓰는 이유’를 잠시 소개해 본다. 작가인 이기주는 머리가 히끗히끗한 경비아저씨가 늘 낡은 가죽 수첩을 신주단지 모시듯 들고 다니는 것이 궁금했다. 그 안에 무엇이 적혀있기에 그 아저씨는 수첩을 애지중지 모시는지 알고싶었다. 궁금증이 쌓여가던 어느 날, 그 어저씨가 커피 자판기 근처에서 수첩을 펼쳐놓은 채 뭔가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작가는 이때다 싶어 길 고양처럼 살금살금 기어가 그 수첩에 쓴 문장을 몰려 훔쳐보게됐다. 그런데 웬걸, 수첩에는 굵은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것 같은 기념일 몇 줄만 덩그러니 쓰여 있었다. 한 장에만 적은 것이 아니고 몇 장에 걸쳐 같은 단어와 숫자가 적혀 있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4월23일

마누라 생일 2월17일

당신을 만난 때 4월23일

당신이 태어난 날 2월17일

결혼 기념일? 아내를 처음 만나 날? 평소 그 어저씨가 애처가의 면모로 보이기는 했지만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궁금해 하던 차 작가는 그 아저씨가 경비를 그만두던 날 애잔한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얼마 전에 내가 치매 판정을 받았어. 뭐라고 할까 기억이 슬금슬금 도망치는 것 같기도 하고, 진귀한 보물을 강탈당하는 느낌도 들어…”

“정말요? 전혀 몰랐어요.” 작가가 놀라 물었다.

“음, 아침에 일어나면 모든 것이 희미해. 엊그제 일은 흐릿하고 일 년 전 일은 이미 머릿속에서 빠저나간 기분이야. 과거의 기억이 마구 뒤섞여 있어서 선명한 기억이 별로 없어. 그나마 진행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네.”

“예…”

“그러나 어쩌겠나. 그냥 내게 주어지는 하루를, 내 생애 가장 젊은 날로 생각하기로 했지.”

“가장 젊은 날…”

“참,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나오면서 중요한 결심을 했다네.”

“어떤 결심을요?”

“응, 다른 건 다 잊어도 아내 생일이나 결혼 기념일 같은 건 잊지 말자고, 휴…”

그래서 아저씨는 아내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공책에 꾹꾹 눌러 여러번 써 놓은 것이다. 기억은 사라져도 눈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을 지금 만들어 놓기위함 아닌가.

치매에 들어가면서 아내와의 추억을 놓치고 싶지않은 아저씨.

그런 남편을 둔 아내.

모두다 행복한 사람들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성가대에서 있었던 일 : 엄마는 아기가 깰까봐서 한손에는 아기를 한 손에는 피스를 들고 있다. 다행한 것은 찬양이 다 끝날때까지 아기는 곤히 잠자고있었다. 성가가 끝나고 아기는 잠에서 깨어나 생글생글 웃으며 뒷 줄에 앉아있는 성도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