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서 친구 부부와 또 친구의 아는분이 저녁에 도착했다. 내가 부탁한 바베큐용 부채살 100 파운드와 쌀과 냉면등 아일랜드 나잇에 쓸 것들을 자동차 한 가득 싣고왔다.

나는 내일 오는줄로 생각하고 있다가 아침에 친구로 부터 걸려온 전화에 곧 바로 패리로 출발한다는 소식에 놀라 혼비백산됐다. 원래 계획이 수요일이었는데 고기를 픽업하는 것 때문에 오늘로 바뀌었다고 친구가 내게 말 해 주었다는데 나는 기억이 도통 안난다.

이럴때는 내 잘못이라고 무조건 손 든다. 내가 나이가 더 많으니 듣고도 곧 바로 잊어 버렸음에 틀림없다.

친구와 함께 온 젊은 여선생은 미술 평론 공부를 한 분인데 내 그림을 모두 다 구경하고나서 내게 큰 힘이되는 얘기를 해 주었다. 유명한 사람의 그림도 좋지만 나의 내면의 모습이 잘 담겨진 그림이 참으로 흥미롭단다.

내 방에 있는 나와 또 하나의 나라는 그림이있다. 이것은 나의 다른모습의 두 얼굴이다. 하나는 기타를 치고있고 하나는 웃으면서 그 곁에 서 있다. 내가 처음 이곳에 와서 오크베이에 살때 아무 친구도 없이 살면서 내가 나를 의지하며 살던 외로웠던 시절의 그림이다.

이 선생님의 말을 빌리자면 이 그림은 이렇게 말하고 있단다. “나는 아직 여자예요.” 그것은 오른쪽의 내 가슴에 동그란 유방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단다. 정말 그런가? 이 말을 들으면서 우리는 한 참 웃었다. 또한 내 그림들이 밝고 활기있는 것은 내가 아직도 무지한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 에너지는 또한 이 그림들로부터 받는다고 하니 나는 끝까지 그림을 그리면서 그것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한다고 말해준다.

세 여자가 한 방에서 수다를 떨다 나는 아래로 내려와 리빙룸에 자리를 편다. 지금 우리집 방은 만원(No Vacanc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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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5도 (조금 쌀쌀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