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추농사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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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 반듯하고 깨끗하며 새것이어야만 환영받을까?
일 끝나고 오후 다섯시에 집에 도착했다. 집 안으로들어가는 앞 마당에 있는 과수와 꽃들이 어제 물을 주지않아서 목말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가방을 땅에놓고 수도꼭지를 틀어 양쪽에 물을 주고 뒷 마당으로 들어섰다.
오이가 키가 커지더니 옆으로 기울어지고 친구 어깨에 기대고 있다. “애구구나” 이것들도 의지대를 해 줘야하네. 가게에서 집에 올때는 만사 재쳐놓고 침대에 올라가서 한숨 자려고 생각했으나 내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다. 긴 막대기를 땅에 박고 오이 순 들을 매어주려고 이리저리 마당 구석을 헤매고 다녔다.
‘앗, 저거야, 저것을 사용하면 딱이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쳤다. 아무도 듣지 않았겠지만 나는 흥분했다. 아무 짝에도 없어서 어디 갖다 버리기도 시간을 내야 했던 이것이 네 그루의 오이나무를 묶어줄 최적의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금년에 오이를 네 그루 화분에 심었는데 사각으로 되어있는 이 물건을 가운데두고 한 쪽에 오이 화분 하나씩 놓고 줄로 가지들을 묶고나니 정말 기가막힌다. 일부러 만들려해도 시간과 돈이 들 판인데 이것은 오이 나무를 위해 지금까지 우리 마당에서 구박을 받으면서도 버림받지 않고 지내온 느낌이다. 모든 것은 다 쓸모가 있다. 버리는 것 만으 능사가 아니다. 평소에 안쓰는 물건 갖다 버리는 전문가였는데 이제 부터는 자제해야겠다. ^^

밴쿠버 내 친구는 오이가 조선오이라서 퍽 맛 있겠다며 오이 따 먹으로 오려고 벼르고 있다. 내가 “우리집 문은 언제든지 열려있다.” 고 말하니 우리집에 너무 손님이 많이와서 자기는 조금 염치를 차려야 할 것 같다며 자중하고 있는 중이라는 소식이다. ^^
** 아래 사진 : 파가 씨 맺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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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저녁에는 초 겨을 날씨처럼 바람불고 추웠다. 오늘은 좀 힘들게 있했는데 다행히 내일은 일 안 나간다. 마당에 있는 꽃, 그림으로 머리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