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니까 모든 것들이 제 색깔로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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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기어날 무렵 화단에 나갔다. 늘상 하는대로 화단에 핀 꽃들을 찬찬히 바라보는데 코스모스 안에 벌이 들어있다. 내가 가까이가도 꿈쩍없이 누워있다. 다른 코스모스 쪽으로 눈을 돌리니 그 안에도 벌이 들어가 있다. 물론 움직이지 않는다. 보통은 꽃 술에 입을 갖다대고 꿀을 먹는데 지금은 옆으로 비스듬히 누웠다. 낮에 윙윙 거리며 이 꽃 저 꽃으로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모습만 보았는데 해가 지면서 날이 서늘해지니까 벌도 피곤한지 잠을 청하는 모양이다. 예쁜 코스모스를 요를 삼아 잠이든 꿀벌들이 너무 귀엽다.

복슬복슬 토실토실한 외모, 특히 줄무늬가 선명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이곳 저곳 꽃들 위로 날아다니며 꿀 모으는 모습은 언제나 나를 기분좋게 만들고 있다.

2006년 이후로 미국 등지에서 꿀벌들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큰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해서 모두들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2017년 현재 거의 원상으로 회복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 지구상에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의 먹어고 살아야하는 과일과 야채도 재배할 수 없어 한때 여간 걱정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요즈음 꽃밭과 채소밭에 꿀벌이 왕성하게 움직인다. 상추와 갓 그리고 열무들이 키가자라 꽃들을 많이 맺고 있어 벌과 나비가 온 마당을 헤집고 돌아다닌다. 지금 우리 밭은 작은 애덴동산이다. 아침에 마당에 나가 오이하나 뚝 따오고 점심때 토마토 따와서 샌드위치 만들고 저녁에는 근대 몇 개 따와서 된장국 끓인다.

하나님께서 애덴 동산을 만들어놓고 이 과일은 먹지 마라고 했던 그 이브의 사과도 주렁주렁 달려있으며 노란자두도 머리를 맞대고 익어가고 있다.

내가 실수로 물을 섞지 않고 식초와 dish soup 원액을 뿌려서 많이 죽여놓았던 한련화, 얘들이 다시 이렇게 번창하고 있다. “나 한련화야, 내가 왜 죽어? 난 뿌리만 있으면 악착같이 살아간다구. 대한민국 여인들 처럼 말야.”

내 생애에 이렇게 예쁜 양배추도 길러본다. 어린아이 머리통 같아서 한때 ‘Cabbage Patch Doll’이란게 유행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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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교장선생에게 수표 5천불 전달했다. ‘아일랜드 나잇’ 행사에 도네션 해준 모든 한국 교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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