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한 가닥을 가슴에 담고있는 한련화! 아침에 창 밖을보니 내 입에서 “아” 소리가 터져나온다. 한련화 잎들위로 찬란히 내려앉은 물 방울이 보석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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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짦아졌다. 먹거리 사러 몇 군데 상점을 돌아다니고 은행 볼일 보고 들어오니 어둑어둑하다. 저녁먹고 수영을 다녀오니 완전 깜깜한 밤이다. 세월은 어찌이리 달려가는지 모르겠다.

낮 시간에 지난 여름, 정원에 해바라기가 가득해서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세니치에 있는 그 집을 찾아갔다. 그때 주소를 적어놓았기 때문에 찾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해바라기씨를 구하기 위함이었는데 시기가 좀 늦었다. 마당에는 벌써 머리가 모두 잘려나간 해바라기들이 검게 무덤을 만들고 있다.

“똑똑똑” 문을두드리니 금방 집 안에서 맑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린다.

“저어, 여름에 이 집을 지나갈때 해바라기기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혹시 씨를 좀 구할 수 있나 싶어서요.” 여자는 나이가 좀 들어보였지만 나보다는 휠씬 젊은 모습이다. 얼굴도 상당히 예쁘고 무척 상냥하다.

“오, 우리집 해바라기요?” 여자 주인은 반색을하며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해바라기 자를것(Cutter) 가져왔나요?”라 묻는다. 내가 아니라고 말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해 놓고 연장을 가져나와서 아직 씨를 안고있는 해바라기 머리를 몇개 잘라준다. 이름이 바바라라고 말하는 여자는 작년에 남편이 죽었는데 금년에 남편 생각해서 더 많은 해바라기를 심었노라고 말하면서 슬픈 기색없이 명랑한 모습으로 나를 대한다.

“내가 당신네 정원 해바라기 그림도 그리고 있어요.”

“무엇이라구요?” 그녀의 눈이 반짝인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 반갑게 악수를 하고 그림이 다 완성되면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왔다. 내 경사진 뜰에 해바라기를 많이 심고 싶은 욕심이었는데 시기를 놓쳐서 씨앗을 그리 많이 구해오지 못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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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종일 비 / 14도 / 읽기 시작 한 책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