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에 책 ‘빌러비드’ (Beloved / 토니 모리슨)를 읽었다.

이 책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토니 모리슨의 다섯 번째 장편 소설로써 1987년에 간행되었다. 1856년 마가렛 가아너 라는 흑인 여자 노예가 탈출하여 노예 사냥꾼들에게 쫒기면서 사랑하는 자식들을 직접 다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려다 붙잡힌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평생 노예로 살아가는 것 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생각에서 였다. 

총 3부로 되어있는데 2부 끝 부분에 이런 대화가 나온다. 

폴디는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싸구려 위스키 탓인지, 지하실에서 밤을 보낸 탓인지, 껄껄 웃는 죽은 자들 탓인지, 입에 물린 쇠 재갈 탓인지, 돼지 콜레라 탓인지, 유령이 나타나는 하얀 계단 탓인지, 벚나무 탓인지(노예들이 하도 맞아서 등어리에 나무 줄기처럼 줄들이 엉키고 붉은 핏빛이 마치 벚꽃이 피어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비유.) 도살장의 주디 탓인지, 불타는 발 탓인지, 소시지 탓인지, 붉디 붉은 심장을 잃어버린 탓인지…

“말 좀 해보세요. 스탬프, 대체 검둥이는 얼마나 참아야 합니까? 말 좀 해보세요. 네?”

“참을 수 있는 만큼 참아야지.” 스템프가 말했다.

“왜요? 왜? 왜? 왜? 왜?”

온 가족이 함께 살기를 갈망했던 엄마, 그러나 노예의 자식들은 팔려가고 끌려가고 강간 당하고 파리 목숨처럼 죽어 간다. 빌러비드의 엄마는 그녀가 죽인 가장 사랑했던 막내 딸의 묘비에 ‘사랑 받는 딸 (Beloved)’이라고 써 주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아마도 엄마는 일상 생활에 바쁜 나머지 지난 날을 잊은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날 그녀 앞에 나타난 한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Beloved 라고 소개하여 엄마를 매우 놀라게 한다.

소설은 이렇게 엄마로부터 죽임 당했던 딸의 영혼이 육신이 되어 엄마 앞에 나타나면서 일어나는 얘기들로 이끌어 간다. 자기의 억울한 죽음과 잃어 버렸던 시간을 만회하기 위함이었을까? 빌러비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모두 다 갖기를 원한다. 엄마가 냇물 바닥에 층층이 쌓여있는 갈색 나뭇잎 들을 몇 시간이고 봐 주기를 원한다. 자기가 죽은 후에 태어난 여동생이 누렸던 그 시간을 자신도 찾기 위해 동생이 놀던 그 자리로 엄마를 데리고 간다. 그녀는 날씨가 따뜻하면 바구니에 민들레, 제비꽃, 개나리 따위를 가득 따서 채우고 또 채운다. 그녀는 엄마의 옷을 입고 손바닥으로 자신의 살을 쓰다듬어 본다. 엄마 흉내를 내면서 놀다가 분위기를 바꾸고 말다툼을 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천천히… 엄마는 이럴 때마다 용서를 빌면서 딸의 비위를 맞춰주기 바쁘다. 빌러비드는 집안에서 가장 좋은 것을 먼저 가져간다. 좋은 의자, 예쁜 접시, 가장 밝은 머리 리본 등 보는 대로 자신의 소유로 만들어가기 바쁘다.

엄마는 말한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그래도 그동안 내내 너에게 먹일 젖을 간직하고 있었다고, 온 가족이 저 세상에서 영원토록 함께 사는게 그녀의 계획이었다고. 그러나 빌러비드는 들은 척도 안 한다. 자기가 울 때 아무도 없었다고. 죽은 사람들이 자기 위에 누워 있었다고. 먹을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피부가 없는 유령들이 그녀의 몸에 손가락을 쑤셔 넣고 어두울 때는 빌러비드 하다 가도 밝을 때는 잡 년이라고 했다고. 엄마는 용서를 빈다. 네가 정말 중요한 사람이었다고, 자기 목숨보다 더 소중했다고,언제라도 처지를 바꾸고 싶었다고.

이 무자비한 딸로 인해 엄마의 삶이 서서히 망가져 가고 있음을 안 동네 사람들이 와서 그녀를 쫒아 내려 하지만 엄마는 그것을 거부한다. 돌아와 준 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며 그녀의 상처를 위로하기에 여념이 없다. 빌러비드는 엄마의 헌신을 크림처럼 핥아 먹는다. 그녀도 엄마도 마음이 피폐해져 가기는 마찬가지다.

아빠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는 소설. 노예의 자식들은 아빠가 누구인지 모른다. 주인은 물론 아무 놈이나 노예 여자들에게 자신의 욕망을 채운다. 어느 흑인 여자 노예는 자신이 낳은 백인 계통의 자식을 일부러 젖을 물리지 않고 굶겨 죽이기도 한다. 이 놈이 커서 지 에미를 패고 강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에서다.  

탈출했으나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이들의 삶. 매우 슬픈 소설이다. 지금으로부터 160여 년 전에 일어났던 일,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일들이 형태는 조금 다르지만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가까이 우리 주변에도 있다.

악한 자들의 횡포, 더 이상은 용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