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곳곳에 벗꽃이 피고있다.

빅토리아 한바퀴 드라이브 다녀오다. 온 하늘이 이런 뭉개구름이 병풍처럼 들어선 아름다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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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올가 토카르추크 장편소설 ‘태고의 시간들’을 다 읽었다. 한국에서 돌아올때 인천 공항에서 책 몇 권을 사왔는데 이 책도 포함되어있다.

폴란드 작가인 올가 토카르추크의 책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번역. 출간된 책이다.

작가는 <태고의 시간>에서 허구와 진실이 절묘하게 중첩되는 공간인 가상의 마을 ‘태고’를 배경으로 기이하면서도 원형적인 인간들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40대 이전의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유서 깊은 문학상인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폴란드 시사잡지 [폴리티카]가 선정한 ‘올해의 추천도서’에 뽑히기도 했다.

이 책은 85 개의 소 제목들이 있는데 모두다 마지막에는 ‘시간’으로 끝나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이름이 여러번 나오기도 한다. 처음에는 약간 난해하지만 깊이 들어가면 작가의 천재적인 상상력이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오늘 소개하려는 ‘게임의 시간’도 여러번 나오는데 하나님의 창조역사를 특이하게 전개한다. 여기 하나를 소개한다.

<게임의 시간>

게임 설명서인 ‘이그니스 파투스 한 명의 게이머를 위한 유익한 게임’에서 네 번째 세계에 대한 설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다.

신은 신성한 고통 속에서 자신에게 위안을 주었던 열정을 되새기며 네 번째 세계를 창조했다.

인간을 창조하고 나자 신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적어도 본인은 각성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천지창조를 멈췄다. 이보다 더 완벽한 피조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이제 그는 자신의 신성한 시간 속에서 자신이 만든 작품에 감탄했다. 신의 눈길이 인간의 내면으로 점점 깊숙이 파고들수록 인간에 대한 신의 바람은 더욱 열렬하게 타올랐다.

하지만 인간은 감사할 줄 몰랐다. 땅을 경작하고 자손을 번식하느라 분주한 나머지, 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자 신의 마음속에서 슬픔이 솟아났고, 거기서 어둠이 배어 나왔다.

신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인간을 짝사랑했다.

다른 어느 사랑과 마찬가지로 신의 사랑 또한 고통스러웠다. 그러는 동안 인간은 점점 성숙해졌고, 성가신 연인에게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인간이 말했다.

“제가 떠날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제 방식대로 세상에 대해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부디 제가 길을 떠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신이 인간에게 말했다.

“나 없이 혼자서는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가지마라.”

“날 좀 내버려두세요.” 인간이 말했다.

신은 애석해하면서 인간을 향해 사과나무 가지를 기울였다.

신은 혼자 남아서 인간을 그리워했다. 어느 날 신은 자신이 천국에서 인간을 추방하는 꿈을 꾸었다. 인간에게 버려졌다는 사실이 그만큼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내게 돌아와라. 세상은 끔찍한 곳이야. 널 죽일 수도 있어. 지진과 화산 폭발, 화재와 홍수를 보렴.”

신은 비를 머금은 먹구름에서 천둥을 내렸다.

그만 좀 내버려두세요. 내가 알아서 할 거예요.”

인간이 신에게 대답하고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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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많이하게하는 이 책을 추천한다. 게임의 시간에만 신에관한 얘기가 나오고 그 외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내일은 ‘넷으로 이루어진 것들의 시간’을 소개한다. 이 제목에 나오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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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립이 갓에 뭍혀 나오지 못하고 있어서 갓을 마구 뽑는 작업을 시작하다. 갓이 겨울내내 살아서 눈에도 안 죽고 살아서 지금 온 밭을 뒤덮고 있다. 정말이지 Oh ~~ 갓~~이다. 갓 김치 담그고 싶은 분 연락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