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 이틀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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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밴쿠버에서 살고있는 박미옥이라는 교회에서 알고 지내온 아우로부터 카톡이 들어온다. 카드 앞 뒤장이다. 카드 앞장 맨 밑에 찍혀 있는대로 이 카드는 1997년 12월 28일에 제작된 것이고 바로옆에 내 한국이름 ‘Lee haksinne’사인이 들어있다. 처음에 나는 이게 누가 만든 카드지? 라며 어리둥절 했는데 내 사인을 보고 “어흠, 내가 만든 거네”. 라며 생각을 더듬어보니 가물가물 기억이 난다. 글씨도 분명 내 필체다.
우리는 다 같이 밴쿠버 소망교회에서 성가대를 함께 봉사했는데 박미옥집사는 총무를 맡아 열심히 일해 왔다. 그녀의 2년동안의 수고에 대해 ‘Thank you’ card를 만들어서 온 성가대원들이 글 한 줄씩 써서 그녀에게 전달했다. 새로 읽어보니 그때 일들이 새롭다. 23년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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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님, 코로나 왕관앞에서 우린 모두 무기력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어요. 미래가 불본듯 멍 하다보니 과거 파먹기로 돌입(이건 나이들은 자의 위로엔 특효)해요. 한 집에서 삼십년 넘게 뭉게다 보니 이런 지나간 보물을 찾게 되었네요.
이제부터 잠시 이십삼년전 우리가 아직도 사십대일때 (마구 눈부신 모습들이라 마치 잘 익은 수박 ㅋ) 성님은 역시 언어의 유희에 진심을 담아 해학이 넘쳐 났어요. 그 시절 성님의 언행과 몸짓 하나하나가 어찌나 사이다에 막걸리 같이 톡톡 새콤 달콤 얼큰 했던지요. 우린 모두 서로 사랑했던 것 같아요. 성님의 주위는 지금도 사랑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인간들이 들끓지요.
연애감정 하나도 없이도 이리 사랑할 수 있다니, 귀한 이웃 그때의 그들도 모두 귀해요. 지금의 그들고 귀하고 아름다워서 감사해요.
큰 사이즈 네 페이지 글과 그림으로 가득 총 천연색으로 채운 그 열정에 모든 대원들에게 돌아가면서 한 줄씩 올리라고 슬슬 웃어가며 윽박질렀을 성님 모습에 행복 안 할 수 가 없었어요. 끼는 예전부터 다분히 있었다.~~~~~~~~~~~~~~~~~~~~~
그놈의 애너지앞에서 우리 모두 깨갱깽깽… 성님은 인간을 잘 공경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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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때부터 만화 그리기를 즐겨했는데 요즈음 같았으면 집에서 뒷 바라지 좀 해주고 내가 노력해서 이름있는 만화가로 (요즈음은 애니매이션 작가)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다. ^^
카드 맨 뒷장이다. 컴퓨터로 바 코드도 그려넣고 American Greetings에 가격까지 ㅎㅎㅎ 캐나다는 언제나 더 비싸다. 요즈음 같으면 이런 큰 카드는 7~8불정도 한다. 나의 노력이 많이 들어간 카드다. ㅎㅎㅎ (독자님들 용서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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