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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누워서 읽는 시집이다. 시가 한 줄 또는 두 줄 많아야 다섯줄을 넘지 않는다. 시가 깔끔하고 눈을감게 만들고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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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자주 들여다본다는 것은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짧기 때문인데 어쩌자고 나는

꽃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나. (요즈음 나의 모습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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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터지는 매화 꽃망울을 작은 새가 팝콘 먹듯

쪼아 먹는다. 이놈아, 다 피거든 먹어라!

(낮에 우리집 정원은 새 소리들 때문에 정신이 없다. 그놈들이 쪼아 먹는것이 어디 꽃망울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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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치면 고추밭 매러 가려고 큰맘 먹었더니 또 비가오네.

호미야, 처마 밑에서 빗소리나 듣자.

(내 호미도 지금 처마 밑에서 잠자고 있다. 그리고 지금 여기도 비가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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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안으로 나를 접어 넣어야 하는 시간이다.

나무들이 그렇게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매일 나무들이 하는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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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직업은 꽃과 꽃 사이의 거리를 재는 일이겠지.

(그렇쿠 말구. 갸들은 매일 재보고 매 시간 재보고 또 다시 돌아와 재본다. 내가 확실히 안다. 요즈음 우리 마당에서 매일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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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꽃이 지면서 동그랗게 배가 부풀어 오르고 있다.

요놈들 첫날밤을 다들 잘 보낸 모양이다.

(정말 감탄할 만한 시다. 어떻게 딱 두 줄로 이런 시를 건져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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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잠을 깨워 눈을 뜨게 되는 곳이 있다면 거기를

천국이라 부르자. 그러나 새들의 울음소리를 듣고도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을 천치라고 부르자.

(애구구, 바로 나요 나. 종일 마당에서 여러 모양이 새들이 이 나무로 저나무로 돌아다미며 울고 있는데도 이름 아는 새는 딱 하나, 허밍버드… 잉~ 나 천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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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대표시


– ‘너에게 묻는다’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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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아침에는 비, 낮에는 약한 햇볕 / 오이모종 / 밭 정리 90% 완성 / 꽃 잔치 보러 아침마다 눈 비비고 꽃밭 채소밭으로 달려나가는 일이 가장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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