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Oil on Canvas : 중간 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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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깡패 라라가 나비의 머리를 심심하먄 달려가서 쪼으기 때문에 내가 라라를 깡패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더우기 잠자리에서도 먼저 자리를 차지한 나비의 자리를 뺏기위해 라라는 나비의 배 밑을 쑤시고 나비를 떨어뜨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것을 지켜보고있던 나는 너무나 화가나서 깡패라라를 그렇게 못하도록 막는 과정에서 라라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후 라라는 하는 수 없이 맨 가장 자리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제 내 마지막 글에 나비가 승리했음을 좋아하면서 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계란이 하나 없다. 어느 한 놈이 안 낳은 것이다. 보통 아침일찍 3개를 가져오는데 오늘 아침은 2개밖에 없다. 누가 안 낳았을까 궁리해보지만 내가 자는 동안 새벽에 놓은 계란을 누가 낳았는지 어찌 알꼬…
오후쯤 됐을때 마당에 주저앉은 깡패 라라를 보게됐다. 보통때 같으면 요리조리 펄펄 거리고 다닐텐데 바닥에 주저앉아있다. 알을 안 놓은 놈이 바로 깡패 라라였다. 눈도 스르르 감고있으며 힘도 없어 보인다. 갑자기 안된 생각이난다. 내가 어제 너무 구박을 많이 했나보다. 애구구… 그러게 사람이나 짐승이나 스트레스 받으면 모든것이 안 풀린다. 깡패가 어제밤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모양이다. 가장 일찍 알 낳던 놈이 오후까지 알을 못 놓고 힘들어한다.
나는 미안해서 일부러 지렁이를 몇 마리 잡아와서 가장 큰 것 몇 마리를 깡패 라라 앞에 놓아주었다. 평소 같으면 후루룩 한 순간에 집어 넣을 것인데 쳐다도 안 본다.
헉 헉~~ 이럴수가. 깡패가 아주 많이 삐꼈다.
오늘 계란 하나는 포기한다는 마음으로 내 할 일을하고 몇 시간 후에 마당에 나가보니 라라가 둥지도 아닌 흙 바닥에 알을 놓아놓고는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신체가 가벼워졌으니 마음도 가벼워진 모양이다. 먹거리를 주니 우루루 달려오는데 깡패도 함께 달려온다. 다시 지렁이를 잡아다 주니 잘 먹는다. 휴~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라라에게 Sorry 를 여러번 해주면서 우리 이제 잘 지내보자고 말해주니 알아 들었는지 오후에는 다른 닭들 머리를 쪼으지 않는다.
** 어두워져서 잠자리는 어떤가 닭 장안에 들어가 보니 서열이 바뀌어서 오늘은 1번 두리 2번 나비 3번 라라 4번 고은이 이렇게 자리를 하고있다. 요 며칠동안 서로 좋은자리에 앉으려고 하더니만 아주 얌전해졌다.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교통정리가 된 듯하다.
뭐든지 과하면 탈난다. 닭 싸움에 관여 안 하기로 했다.
알 안 낳으면 나만 손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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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4도 / 약간의 비 / 햇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