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온다는 날짜에 맞춰 담궜던 총각김치가 잘 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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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사고난 엄마를 보러온다지만 그자식을 먹이기위해 벨트를 매고 음식을 장만한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식혜며 찐빵, 찐만두, 갈비살, 잡채등등을 만드느라 허리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하루를 보냈다.

시차가 4 시간있으니 그곳은 새벽이고 종일 비행기 타고 오느라 고단한 딸아이가 잠 자러 방으로 들어가고나서 나도 잘 준비를 하면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며칠 전 친한 아우와 통화하는데 “애구구, 외손자들 베이비 시트 해주고 딸 반찬 장만 해주고나니 힘들어서 누웠어요.” 하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그때 자기도 몸이 힘든데 딸에게 너무 힘빼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그게 바로 오늘의 나다. 남 말 할 것 뭐 있나?

오기전에 딸에게 “얘야, 너 뭐 먹고싶어?” 라 물었더니 주저없이 “엄마는 내가 뭐 좋아하는줄 다 알잖아.”한다. 딸아이는 한국 사람도 없는 동네에서 서양 신랑과 함께사니 주로 양식을 해 먹는다. 오후 2시 반에 픽업하면서 집에서 가져간 따끈한 찐빵과 찐만두를 주니 게눈 감추듯 해치운다. 저녁에는 총각김치와 집에서 기른 채소에 쌈장 한 술 찍고 갈비 살 한 점을 올려놓고 먹으면서 “헤 헤 헤, 맛 있다.”며 눈 웃음짓는 딸아이를 보면서 종일 부엌에서 서성이던 노고는 온 간데 없고 옛날 딸아이를 기르던 때 처럼 즐거웠다.

밴쿠버공항에서 2 시간 머문다는 카톡에 내가 “얘야, 코로나가 기성을 부리는데 아무데도 가지말고 한 군데 가만히 있어라”고 말했더니 “Oh, mom 나 같이 중 늙은이를 누가 관심있다고 걱정해요 지금은 모두모두 자기 몸 사리기 바쁜 세상이예요. 헤 헤 헤”라며 너스레를 떤다.

딸아이 말이 오기 전 까지는 걱정을 많이했는데 다행히 비행기 타보니 상당히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생각을 했단다. 비행기 안에서는 먹을 것도 커피도 주지 않으며 단지 물만 준단다.

구글을 열어 내 건강상태를 요것조것 짚어주면서 엄마 경우는 3개월에서 1년은 걸리는 경우란다. 동양 여자들은 골다공증이 서양 여자들보다 많아서 이것이 취약한 사람은 회복되기가 1년도 걸린다는 얘기다. 사실 나는 골다공증 첵업을 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물어보려고 이번 주 홈 닥터와 약속이 잡혀있는 상태다.

딸이이를 방에 들여다 보내고 나니 다시 허리가 묵찍해 온다. 허리 통증, 종일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 막~~ 시작이다. 이 세상 어미는 다 그래. 지 살깍아 먹는 줄도 모르고 걍 해 주고 싶은 그런 바보, 바보다. 그 바보 중에 나도 들어있다. 행복한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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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띤따라

날씨 : 16도 / 낮에는 맑았고 저녁에는 비가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