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 (Oil on Canvas 머리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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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황당하다.

아니 당황스럽다고 해야겠다.

이들이 어제 내 글을 읽었을까? 그럴리는 없다. 그들은 영어밖에 모르잖은가.

누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우리집에 예고없이 찾아오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벨 소리에 누군가 싶어 허리 눞혀 쉬고 있는도중 이지만 천천히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밖에는 젊은 두 남자가 서 있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 문을 덥썩 열기는 힘들다. 내가 집 안에서 왜 왔냐고 몸짓으로 물었다. 자기네는 나무를 자르러 왔다는 소리가 문 틈으로 가늘게 들린다.

“나무를? 우리집 나무 자를 일 없는데요.”

“아니, 그게 아니고 여기 인보이스 가지고 왔어요.” 하는 수 없이 문을열고 천천히 얘기를 해보니 이 친구들이 다름아닌 여름에 우리집 통나무 자르겠다고 하던 회사에서 보낸 사람들이다.

“아이고, 참으로 일찍 왔쑤다. 여름에 계약했는데 겨울 초입에 왔군요.”

“나는 그저 회사에서 어제 연락해서 잘 모릅니다만 이 댁에 가라고해서 왔어요. 두 시간짜리 일인데 우리 둘이서 한 시간에 할꺼예요.”

어쨌거나 일 하러 온 사람들이라 돌려 보낼 수 없어 일을 시키고 나는 집 안에 있는데 일 다 했다면서 이들이 돌아간다.

“잠시만요. 그 사이에 화목을 다 쪼갰나요?” “

아, 큰 통나무 반쪽씩만 쪼갰어요.”

“아니, 그 큰 통나무 반쪽만 쪼개 놓으면 그걸 다시 누가 쪼개나요?”

“그게 이댁과의 계약이예요.”

“뭐라구요? 여름에 당신 회사에서 우리집안에 들어와서 화로안에 화목 들어갈 사이즈까지 다 재어갔는데 어째 이렇게 말합니까?” 나는 더 이상 이 직원과 왈가왈부 할 수 없어 보내고 집에들어와서 계약서를 다시 꺼내 들여다보니 맨 밑에 조그맣게 ‘절반 자른다.’로 쓰여있다.

이런 사깃꾼들… 물론 내가 계약서 받을때 그것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은것이 불찰이긴하지만 어떻게 화목으로 쓸 나무 자르는일을 딱 절반만 자른다로 적어놓을 수 있을까? 심히 괫씸하다. 그냥 잘라놓은 화목을 사와도 이 돈만큼은 안 들듯 싶다. 무슨 변호사 계약서도 아니고 나무 조각 내는 것 가격만 맞으면 ‘오케이’하는것이 일반적인 견해로 여겼던나는 또 한번 놀라면서 크게 배운다.

이럴때 쓰는 말이 ‘당황’ 또 ‘황당’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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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5도 / 아침에는 고운 햇볕이 났고 오후부터는 흐렸다가 지금은 비 바람이 세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