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골목 : 손녀 초등학교 가는 길 아랫동네 정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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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실려있는 차재호님의 ‘차오르는 이야기’를 읽었다. 중학교시절 미술(그는 미술 시간이 의미없는 시간으로 여겼다.) 시간이 너무 싫어서 자기와 뱃장이 맞는 친구 둘과 함께 미술 시간에 땡땡이 칠 궁리를 했다.

미술 수업을 도망치기 위해 셋이서 머리를 굴려 만들어낸 아이디어는 담임 선생님에게 심부름을 부탁받았다고 거짓말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좋은 아이디어 라며 미술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이에 돌아오는 선생님의 답변은 ‘그렇다면 심부름이 끝나면 담임 선생님의 사인을 손바닥에 받아오라’였다. 일단 땡땡이는 성공했는데 사인을 받으라니 막막했다. 그는 그냥 뻐기자고 했고 한 친구는 계속 ‘야 큰일 났다’를 연신 외쳤고 한 친구는 ‘뭘 걱정하냐? 내가 그려주면 되잖아 펜 줘봐. 미술 선생이 어떻게 우리 담임 사인을 알겠어?’

어찌 되었든 한 친구가 걱정을 너무 심하게 하니 결국 그들은 40분 수업 중 15분도 못 버티고 다시 수업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없던 그 시절에 그들 셋이서 나가서 할 일이라곤 없었다. 학교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수업이 시작되면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모든 문은 잠겨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그 수업을 듣지 않는다는 것 자체에 희열을 느끼는 것이 그리 오래 갈리 없었다. 사인을 검사하실 줄 알았던 미술 선생님은 조용히 앉아서 틀어준 영화나 보라고 했다.

이 글을 읽으면서 피식 웃음이 났다. 내게는 가장 흥분되는 시간이 미술시간이었는데 그에게는 가장 흥미없는 시간이었던 것 이다. 이 처럼 사람들의 취미와 능력과 관심사는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재미있다. 나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시절까지 언제나 교실에 내 그림 하나는 붙어있었던 기억이 있다. 시간과 돈이 없어서 미술공부를 따로 할 수 없었지만 미술반 아이들이 방과 후에 남아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멀리서 쳐다보며 많이 부러워했다.

낮에 날씨가 너무 좋았다. 화실 가득히 들어온 햇살을 등에올리고 그림을 그렸다. 캔버스에 색색으로 올려놓는 물감들이 내 가슴을 부르르 떨게만든다. 이제는 더 이상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는다.

나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것도 언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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