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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점점 맑아지고 찬 바람도 스르르 자취를 감추었다.
집 앞을 나서니 봄 하늘이 덥석 내 가슴안으로 들어온다.
여미고 나온 코트 단추를 열고 푸른 하늘을 환영하는데 흰 구름과 뽀죽뽀죽 솟은 소나무 가지들도 함께 우루루 밀려들어온다. 물리치료 선생님이 선정해준 가볍고 편한 운동화가 어제 도착했다. 내 사이즈는 7인데 선생님은 8.5를 오더하라고 말했다. 그렇게 큰 신발을 어떻게 신고 다닐까 걱정했지만 선생님이 맞았다.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으니 헐렁한 것 같았지만 아주 편하고 가볍다. 마치 깃털처럼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평소에 다니던 골목길을 조심스럽게 걸었다. 물리치료 선생님은 내가 너무 운동을 많이 한다고 ‘호통 호통 호통’을 치셨다. 이제는 말 잘 듣는 학생처럼 선생님의 조언을 잘 따르고 있다.
정원에는 튜립 싹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고 갓들도 자기가 알아서 속속들이 나오고있다. 금년에는 채소밭도 줄여서 조금만 할 참이다. 몸이 자유스럽지 않아서 스스로 나와 꽃피워주는 꽃 밭만 관리할 계획이다. 김종해님의 봄에관한 시 한편 올려놓는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 어디 한두 번이랴 /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 오늘 일을 잠시라도 /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 사랑하는 이여 /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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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0도 / 종일 맑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