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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은 초등학교 3 학년때 였다.

어느날 혼자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올 수 없는 깜깜한 죽음, 그것은 어린 내게 공포 그자체였다. 그렇게 여러날을 생각하던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즉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죽는것도 그리 억울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린 소녀는 가족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현실과 죽음 사이를 다니면서 전전긍긍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때 내가 만난 어른들을향해 이렇게 외쳤던 것 같다. (물론 내 마음 속으로) ‘나는 당신들 처럼 그렇게 아랫 사람들을 막무가네로 대하지 않을꺼야. 나는 나 보다 못 한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을꺼야.’

두 번째 죽음에대해 생각한 것은 사십을 막 넘어서였다. 내가 가장 많이 사랑했던 언니가 50세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날때였다. ‘피붙이가 이 세상을 떠나갈때의 그 아픔은 곧 내가 죽는 것 만큼이나 아팠던것 같다. 이때 나는 생각했다. ‘아, 인간은 죽는구나. 나도 언젠가는 죽겠구나.’

세 번째 죽음에 대한 생각은 오십을 바라볼때였다. 이 일은 내 육체적 건강이 무너질 때였다. 나는 특별한 병도 없으면서 시름시름 앓았고 그것은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에서 빠져나간 물기와 열기는 다시 채워지지 않았고 내 몸둥아리는 다시 위로 일어서지 못했었다. 누구도 내가 왜 죽어가고 있는지 알지못했고 함께 사는 사람도 그랬다. 그때나는 생각했다. ‘죽을때는 철저히 혼자로구나.’

네 번째 죽음에 대한 생각은 작년 11월 이었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면서 살아있는 내 모습이 너무 불쌍해서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드렸다. “하나님 그냥 이 밤에 절 대려가 주세요.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하나님은 그 날 밤 나를 데려가는 것을 깜빡 하셨나보다. 나는 죽지않고 살아나서 오늘 밤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 일을 겪고나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애고고 죽는것도 내 마음대로 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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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0도 / 비 / 약간 으스스 한 날씨 / 1회 산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