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롱 피아비는 2010년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시집와 당구를 배웠다. 현재 여자 당구 3쿠션 국내 1위, 세계 3위다. 그녀는 “당구를 치는 내가 멋있고 자랑스럽다”며 “나는 당구장에서 다시 태어난 여자”라고 했다. 아직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캄보디아 국가대표로 세계 대회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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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태어난 소녀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겨우 7학년 학제(한국 중1)로 공부를 마감하게 되는데 그 이후 부모를 도와 늘 감자밭에서 김을 맸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차로 6시간 들어가는 시골 캄퐁참에서 나고 자랐다. 살림이 궁하고 딸만 셋인 집안의 장녀였다. 충북 청주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 중인 남편 김만식씨는 “처음 보았을 때 손톱에 밴 풀물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근면하고 꾸밈없는 여자로 본 것이다. 피아비를 만나자마자 손톱에 눈길이 갔다.
그녀는 스무 살이 되자 국제결혼 제안을 받았다. 상대는 스물여덟 살 많은 한국인. 무섭고 싫었다. 일부러 치장도 안 하고 맞선 자리에 나갔다. 그 남자는 신부 후보 3명 중에 하필 그녀에게 끌렸고, 그녀는 2010년 5월 낯선 나라로 이주했다. 이웃들은 그녀를 ‘캄보디아댁’이라 불렀다.
스롱 피아비(29·청주시 오송읍)는 당구장에서 다시 태어난 여자다. 결혼 이듬해 남편을 따라가서 난생처음 큐를 잡았는데 재능이 폭발했다. 가로 1422㎜, 세로 2844㎜ 당구대는 새로운 세상으로 그녀를 데려갔다.
여자 당구 3쿠션 아마추어 대회를 휩쓸고 2017년 프로가 되었다. 데뷔 10개월 만에 국내 1위. 남녀 통틀어 최단 기록이다. 현재 아시아 챔피언이자 세계 랭킹 3위에 올라 있다. 캄보디아에선 국민이 우러러보는 스포츠 영웅이다.
“한국은 뭐든지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는 나라예요. 캄보디아에서는 꿈이 있어도 가난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어요. 제 인생은 한국에서 당구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상금은 몽땅 저축해서 캄보디아에 학교를 설립할 것이라는데 벌써 부지 약 3천평을 사놓았다. 최근에는 1천만원어치 구충제와 학용품도 전달했다. 힘겨울 땐 ‘사람들이 저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구는 섬세하다. 힘과 방향, 회전과 두께, 쿠션의 탄력에 따라 길이 달라진다. 다음 포지션도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생과 닮아 있다. 피아비는 “당구는 꿈을 이루게 해준 친구”라고 했다.
무게가 약 210g인 당구공 3개가 굴러다니는 당구대는 좁다. 하지만 피아비에게는 무한하다. 그곳에서 ‘길’을 찾았다. 당구대 앞에서 집중할 땐 눈빛부터 달라졌다. 그녀는 오늘도 단풍나무 큐를 든 채 다음 3쿠션을 궁리하고 있을 것이다.
대회 나가려고 독하게 연습하다가. 오전 11시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당구를 칠 땐 다 포기하고 싶어 혼자 울었다는데 이럴때마다 남편은 박지성·김연아 같은 스포츠 스타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진도 보여주면서 저렇게 상처투성이에 힘들었는데 결국 이겨내 영웅이 되지 않았느냐고 말해주었단다. 이어 그는 내게 ‘불쌍한 캄보디아 사람들 돕고 싶으면 당구로 성공해야 한다’는 목표도 심어주었다고 말한다.
출처 : 조선일보 <아무튼 주말>
** 남편은 돈은 많지 않은 사람이지만 성품이 착하고 아내를 아낄 줄 알며 그녀의 재능을 알아차려 이렇게 거목으로 걸러낸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나이 차이가 많아서 자기가 일찍 죽을테니 아내가 다시 결혼 할 것을 생각해서 아이도 낳지 않고 사는 아름다운 부부다. 한국의 다문화 부부들 좋지않은 소리만 들려오다가 이렇게 신선한 뉴스는 청량음료를 마시는 것 처럼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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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27도 (약간 더웠음) / 대면예배를 다녀오다. 1년 반 만에 교회 문턱을 들어서서 예배를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참석한 성도들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꽃들이 피어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