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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운동을 끝내고 곧 바로 Hot Tub 안으로 들어서면서 “Word of the day”를 적어놓은 칠판을 보았다. 첫 자가 i 로 시작 한다는 것만 알고 들어와서 앉는데 내 입에서 “오, 저건 Imagination 아닐까”라고 말하니 가까이 있는 할매와 할배 둘이서 나를 쳐다본다. 매일 상냥하게 인사해 오고있는 할매가 “가만있어봐 열 한자 좀 길구먼, i m a g i n a t i o n 맞네” 하면서 내게 두 손가락를 치켜 세워준다. 두 할배 중 한 할배가 나를가르켜 “She is a brilliant”라고 말한다. 한 할배는 나더러 “엘리샤 여기서 공부했어?”라고 묻는다. 내가 “Nop. I came from Korea”라고 말하니 “우와…”라며 놀란다.
이건 순전히 운이다. 긴 글짜일수록 한꺼번에 싸잡아 머리에 넣고 생각해야지 글짜 하나하나 찾아보려면 도저히 못 찾게된다. 오늘은 그냥 순간적으로 잡혀서 알아낸 것인데 여기 할매 할배들이 나를 글짜 맞추기 천재인양 다시한번 쳐다본다. 나는 이럴때 속으로 ‘이 히 히 히’ 하면서도 겉으로는 얌전히 교양을 지키고 순진한 척 한다.
내 생전에 ‘명석한 두뇌’를 가진 자라는 소리를 들어보니 세상 살아볼 만하다. 나는 학교에서 공부할때 그저 너무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요즈음 이곳에서 캐나디언으로부터 머리 좋다는 소리를 들으니 어리둥절하다. 한국에서 자란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머리 회전이 빨라서 그럴것이다.
사실 물 속에서 단어 맞춰보려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않다. 거의 대부분 할매들은 귀찮다며 아예 칠판 들여다 볼 생각도 안한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몇 명 할매 할배들은 물속에 들어오자마자 칠판에 눈을 들여놓고 단어 찾기에 힘을 기우리고 있다. 거의 매일 하다보니 단어찾는 감각도 늘어난다. 단어의 첫 글짜가 주로 모음이 오는 경우가 많아서 다섯개의 모음 (a e i o u)을 먼저 집어 넣어보면서 단어를 맞추면 대충 맞아 떨어진다.
외우고 돌아서면 다시 까먹지만 콩나물에 물 주듯 다시 물을 부어보면서 잊어버린 단어공부 열심히 해 본다. 감사함으로 하루를 보내고 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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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9도 / 흐림 / 수영다녀옴 / 홈닥터 만나서 상담하다. 별 뽀죽한 얘기는 없었다. 내가 신경 안정제를 좀 복용하면 어떨까 물었더니 처방은 해 줄수 있는데 며칠동안 side effect가 있을 꺼라고 말해서 잠시 망설여 보았다. 결론은 내시경 검사까지 다 해 보고 어떤 처방을 해 보자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닥터는 조심스럽게 내게 말했다. “그래도 1년 반 이 지났는데 더 나빠지지 않았다는 것이 좀 안심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기는 하다. 1년전에 비하면 엄청 몸 움직이는 것이 유연하다. 작년 이맘 때 침대위에 편하게 올라가지도 못했고 운전 하는것은 상상도 못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