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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지원이가 Socco 시합이 있는 날이었다. 아들이 이 팀의 코치여서 아직 두 살 반 밖에 안 된 아들을 데리고 가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대리고 갈 수는 있지만 터너가 눈 깜짝 할 사이에 운동장 안으로 뛰어 들어가기 때문에 내 힘으로는 그 녀석을 붙잡을 수 없단다. 하는 수 없이 터너와 나는 집에서 지원이와 아들이 올때까지 있기로 했다. 손자 터너는 벌써 낌새가 이상한 것을 알아차리고 자기가 먼저 서둘러 아빠와 함께 Socco 시합에 간다고 울기시작한다.

아무리 울어도 우리의 계획을 바꿀 수 없는일…

먼저 손녀 지원이가 자동차로 갔고 아들이 틈을내어 밖으로 나가는데 터너는 급기야 올 것이 왔다고 벼락치는 소리를 치며 “Dad, dad, I want a go too.”를 외친다. 나는 터너가 안에서 걸어놓은 lock을 못 열도록 단단히 잠궈놓고 그래도 미심적어서 아이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다행히 아직 터너의 키가 높은 lock 까지는 손이 닿지 않는다.

터너는 누나와 아빠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닭 똥같은 눈물을 흘리는데 나는 엉거주춤 하면서 터너의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참을 서 있는데 힘도들고 이럴때는 내가 무관심 하는것이 최상이다 싶어 내 침대에 벌렁 누워서 책을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터너의 울음이 그치기에 살짝 나가보니 내 방 입구 코너에서 소리없이 울고있다.

한편 그 우는 모습이 안스럽기도 하지만 두어 시간 지나면 아빠를 볼 수 있을 터이니 그 시간만 아이를 잘 데리고 있으면 된다. 내가 다시 모르는 척 자리에 누우니 터너는 결심을 한 듯 이층으로 올라간다. 이 집은 이층에 부엌과 거실이 있다. 아이가 조용하니 무슨 일을 저지르지 않나싶어 더 불안해서 나도 뒤 따라 올라가 보았다. 터너의 손에는 그가 가장 즐겨먹는 dried Mango가 들려있다. 아들이 나갈때 너무 많이 울면 이것을 먹이라고 내게 주고간 것인데 당분이 아주 많은 것이라서 제한되게 먹이고 있는 먹거리란다.

지금 이 상황은 emergency다. 당분이고 뭐고 따질 일이 아니니 아이에게 두개 (아빠가 가기 전에 이미 2 개를 먹었다.) 빼어주니 금방 얼굴이 환해지며 “할머니”하며 웃는다. 이건뭐지? 인간이 이렇게 먹는것에 약한가? 나는 이 평화의 상황이 계속 이어지게하기 위해

You Tube에서 아이들 영상 ‘Thomas friends’를 틀어주었다. 나도 터너와 함께 영상을 보면서 기차가 전복될때면 “와… 저런… Oh, no… “라며 소리 소리 지르며 터너의 생각을 아빠로부터 이탈시키려고 애썼다. 아이들은 다른곳에 정신을 집중하면 먼저것인 잊기 마련이다. ‘으 흐 흐 흐 내가 그래도 니 아빠와 고모를 기른 경험이 있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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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co 게임을 끝내고 돌아온 아빠와 누나를 만나 다시 집안은 평화롭게 지나가는 가 싶었는데 아빠가 와서 몇 시간이 지나고나니 평화는 다시 깨어지고 터너의 땡깡이 슬슬 기어 나온다. 집안은 터너의 울음소리로 가득하고 아들은 터너에게 무서운 말로 엄포를 놓지만 터너는 무슨 뱃장인지 꿈쩍 하지 않는다. 저녁을 먹던 손녀 지원이는 “It happen every day, every hour!” 이라며 별 일 아닌듯 말한다.

하, 자기는 어쨌는데… (물론 속으로) 지원이도 몇 년전에 아들 내외 결혼 기념일에 둘만 나갔는데 거의 한 시간정도 울며 난리를 쳐서 내가 데리고 “동네 각 식당에 다시면서 엄마 아빠 찾아가 보자”고 달래기도 했었다. 지원이의 자지러짐은 오늘 터너의 눈물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사람이 다 자기 일은 모른다. 흠 흠 흠

아들은 터너의 땡깡을 꾹 참고 밖으로 벌을 세우고 여러가지로 훈육을 주고있다. 조금 전 아들은 터너를 잠 재우고 내려와서 내 곁에서 Tennis 경기를 보고있다. 내가 절절매고 아들을 길렀듯이 아들도 오늘 터너를 그렇게 기르고 있는 모습을 보게된다.

이렇게 부모는 인내의 땀 방울로 좋은 시민 한 사람을 길러낸다. 긴 여정 그러나 가치있는 여정이다. 이런 땀방울이 없이 길러진 아이들이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자기도 남도 불안하게 만들지 않나.

자식을 향한 부모의 땀방울,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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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75도 화씨 / 종일 집에서 머뭄 / * 지원이네 팀은 Socco 게임에서 1:6으로 패배를 맞았단다. 자기 팀의 1점도 자기가 겨우 하나 넣은 것이라는데 상대편은 너무나 크고 거친 여자아이들 이었다며 자기도 상대팀이 고의로 밀치는 바람에 손목이 약간 시큰 거린다고 불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