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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 밴쿠버에 살때 밴쿠버에서 4시간 떨어진 내륙 지방에서 잠시 가게를 운영 한 적이 있다. 그 때 집 주인인 빌 영감님은 오래토록 내 기억에 남는다. (그 때 내 나이는 사십대 초반 ^^)

그는 팔십을 넘긴 나이에도 정정한 모습, 운전실력, 유머감각, 기억력등은 젊은 사람 못지 않았다. 가게를 인수하고 얼마되지 않아서 그는 내게 조그마한 종이 하나와 방금 딴 보랏빛 나는 바이올렛 꽃 송이들을 내 손에 념겨주면서 “네게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나는 “땡큐”하고 얼른 그 종이를 펴 보았다. 거기에는 놀랍게도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Thou art like a violet

a mossy stone

Half hidden from the eye

Fair as a star when

only one

is shinning in the sky’

‘너를 두고 내가 습진

바위 언저리에

반쯤 가리워서 핀

보라빛 꽃이라 할까

창공에서 빛나는 단 하나의

별처럼

그 아름다움이라 할까

나는 빌 영감님이 따준 꽃을 말려 그 시를 쓴 종이 밑에 붙여놓고 가끔 그 시를 읽곤했다. 몸은 늙어도 절대로 늙지 않는 영혼이 있에 팔순의 나이에도 젊은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나는 아침일찍 가게를 정리히 놓고 가게 바로 뒤에있는 영감님 집을 자주 방문하곤 했다. 그는 시간 맞추어 찻물을 끓여놓고 나를 기다렸다. 내가 바빠서 그를 방문하지 못하는 날은 다음날 가게에 와서 “어제 찻물을 몇 번이아 끓여놓곤 했다.”면서 애교스러운 불평을 했다.

나는 헤죽이 웃으면서 “I am sorry”를 연발했다.

그날도 나는 영감님집을 방문했다. 식탁에 앉으니 정원에서 방금 따다 놓은 장미 두 송이가 유리컵 속에 있었다. 내가

“어머나, 빌, 당신 꽃을 정말 좋아하는 군요.”

“물론이지, 그런데 말야, 엘리샤 오늘 이 꽃은 너를위해 꽂아 두었지.”

나는 찻잔에 물을 부으면서 부엌을 찬찬히 흟어 보았다. 컵도, 스푼도, 행주도, 어느곳 하나 더러운 곳이 없다. 나는 늘 처럼 그날도 빌 영감님의 얘기를 들어주어야 했다.

“처음에 내가 이 동네에 이사 오게된 것은 이유가 있었지. 내가 기관지 천식이 있었거든, 의사가 기후가 건조한 곳에 가서 살라고 했어. 이 시골에는 직장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토마토 농장에서 일했어. 내 사별한 부인은 간호사였는데 이 동네 의사가 없어서 그녀는 거의 의사 역할을 다 했다. 동네 아이들은 마가렛이 다 받아냈지.”

피아노 위에는 몇달전에 세상 뜬 부인의 사진이 놓어있었는데 사각모를 쓴 그녀의 젊었을 때의 모습이 지성과 미모를 모두다 갖추고 있었다. 차를 마시고 나는 100년도 넘은 그집의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빌 영감님이 내게 물었다.

“너 피아노 칠 줄 알아?”
“네, 쬐끔요.”

몇가지 단음 밖에 모르는 내 피아노실력으로 나는 폼을 잡고 자유자제로 팔을 흔들며 건반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계속해서 이 노래를 부르면서 사람이 늙어가고, 또 결국에는 죽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웬지 모를 심연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내가 빌 영감님에게 물었다.

“당신 첫사랑 경험있소?” 영감님은 얼굴을 붉히더니 “잠깐만” 하곤 방으로 들어가더니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때국이 졸졸 흐르는 양가죽 슬리퍼 한 켤레를 들고 나왔다.

“그녀가 손수 만든거야. 수도 직접 놓았고. 내가 18살 때였지. 나는 그녀와 늘 말을타고 놀았지.” 그는 갑자기 말을 중단하더니 창밖을 응시하면서 오랫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당신 지금 울고있소?”

그날 나는 빌 영감님을 홀로두고 조용히 그 집을 빠져 나왔다.

어느 주일인가부터 빌 영감님은 나를따라 내가 다니는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우린 맨 앞줄에 앉아서 예배를 드리곤 했는데 주일 아침마다 근사하게 중절모를 쓰고 집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그 곳을 떠난 후 한번 주일날 그 교회에 참석했는데 빌 영감님은 여전히 앞 줄에 혼자 앉아 예배를 보고 있었다.

지금은 천국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서 평화롭게 꽃밭을 거닐며 살고 있을 빌 영감님, 그의 뜰악에서 풍겨 나오는 진한 복숭아 향기가 그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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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글 3866 ‘착하기만 하면 안 된다’에 엄지척을 들어 올려주신 분이있고 이어 ‘착하고 똑똑하며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를 추가 시켜주었다. (감사합니다.)

*3862번 ‘울지 않는 엄마’를 읽은 독자의 맨트 – 울지 않는 엄마!
제목이 날 울립니다.
속울음 울었던 우리 엄마가 날 울립니다.
평생 가난했던 엄마!
호주머니는 비었지만,
심장에는 자식 사랑으로 가득 찼던 울엄마!
아니,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여!
하늘나라에서 영원복락 누리소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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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6도 / 흐리고 춥다. / 낮에 수영장 다녀옴 / 겨울이 길어서 마음도 음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