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봄이라고는 하지만 날씨가 계속 흐리다.

그렇다고 꽃들이 안 피어나는 것은 아니고 풀 또한 땅 위에 붙어 있지만 않다. 나는 주말에 수영을 거의 가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 안가는 날에는 수영장에 많이와서 시끄럽다.) 종일 하루 시간을 manage 해야만 한다. 은퇴한 사람이 뭐? 시간을 조율할 것이 뭐 있나 되는대로 시간을 보내면 될 것을… 하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밤을 맞으면 허비한 시간 때문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여러번 나의 건강 상황을 얘기하듯이 나는 지금 집 안에서 슬슬 다니면서 일 하는 정도로 만족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싶어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정원에 다년생 꽃들이 뽀족뽀족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주위에 풀들을 마음대로 뽑아내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기만 해서 가끔씩 호미나 칼을들고 정원으로 나간다.

이 일도 한꺼번 에는 다 못하고 줄 한쪽을 정하고 그렇게 하루에 조금씩 잡초를 뽑곤한다.

잡초를 뽑고 있는데 문득 옛날 아주 어릴때 아마도 만 4살 쯤 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 온 가족들과 함께 김해 시골에서 살았는데 언니들을따라 쑥을 캐러 간 적이있다. 쑥이 뭔지 달래가 뭔지 알수 없는 나이었는데 아무튼 쑥이라는 것은 분명하게 생각이 난다. 그때 봄이라고는 했지만 겨울이 막 지나고 봄은 아직 이른 매섭고 추운 날씨였다. 어린 꼬마는 언니들과 함께 작은 칼로(그당시 칼이라는것이 제대로 된 칼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양철조각??) 쑥을 몇 뿌리 캐었던것 같다. 6.25가 할퀴고간 한국에는 모든것이 귀했고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이렇게나물들을 캐러 다녔다. 그 이후 나는 도시로 이사를 나왔기 때문에 쑥과의 인연은 그때로 마지막이었다.

지금 우리집 마당 한참 아래에는 쑥이 곱게 돋아나서 집단을 이루고있다. 과거 ‘호돌이 상점’이 있을때는 우리집 쑥을 사가곤 했는데 지금은 ‘호돌이 상점’이 없어져서 이렇게 깨끗하고 고운 쑥들이 그냥 나서 죽어가고 있다. 나도 지금은 마당 아랫쪽으로 내려가지 못하기 때문에 멀찌감치 에서 우리집 마당의 쑥들이 흔들리는 모습만 바라보고 있다. 이 글을 쓰다고 잠시 멈추고 지팡이에 의지해서 아래로 내려가서 쑥을 몇 웅큼 잘라왔다. ^^ 다행히 내려가는 길이 적당히 젖어있어서 다녀 올 수 있었다. 쑥 밭은 이런 무더기가 2 군데나 있다. 혹시 로컬에 사는 분 중에 쑥이 필요한 분은 와서 잘라가도 좋다. 뿌리도 필요하면 다 뽑아가도 좋다. 쑥이 적당히 크고 아주 부드럽다. 마치 예쁜 숙녀처럼 그런 모습이다.

어린시절 쑥 한포기 뜯으러 손이 시러워 절절매던 그 때를 생각해 보면서 이렇게 쑥을 무더기로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은총에 감사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어두웠던 시절을 늘 떠 올리면서 오늘의 행복을 더욱더 실감하며 남은 생을 살아가야겠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날씨 : 흐림 / 11도 / 마당에 풀뿝기와 아랫 마당에서 쑥 뽑기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