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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샘은 매운것을 못먹는다.

몇 년 전 까지는 조금 매운것은 들었는데 요즈음 갈수록 조금만 매워도 아기처럼 “호 호 호 매워요” 하면서 물을 찾는다. 이렇기 때문에 나는 김치도 보통 사람들보다 덜 맵게 만들고 있다. 나이가 들면 자극성 있는 음식도 피해야 하는 모양이다.

한식은 아무래도 양념이 들어가기 때문에 앞으로는 양식을 위주로 해 드리려고 마음먹었다. 저녁에는 두툼한 감자를 호일에싸서 오븐에 넣고 30분 잘구워내고 야채 숩을 만들었다. 거기에 소고기 몇 조각과 구운빵 하나로 저녁 식사를 드렸다. 하숙샘은 감자도 반개 밖에 못 먹고 고기도 한 조각 남긴다. 어느날 부터 양이 줄어든 것이다. 양 줄어든것이 어디 하숙샘 뿐이랴. 나 역시 먹는것이 확 줄어들었다. 종류는 여러가지 만들지만 먹는양은 적어서 냉장고 음식이 줄어들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옛날 우리 엄마도 내 나이즈음에 이렇게 식사를 조금 하셨던 것이 생각난다. 옛날 젊었을 때처럼 많이 활동하지 않으니 먹는것 줄어드는것도 당연하다. 이렇게 나도 하나씩 엄마가 걸어갔던 시간을 뒤좇아가고 있다.

우리 엄마가 90을 바라보던 나이에는 밖앝일을 전혀 못하시고 자주 침대에 누워 계셨으니까 식사양은 겨우 밥 몇 숫깔 정도였다. 엄마는 화장실 가는 정도의 에너지원만 필요 했을 것이다. 그래도 큰 병 없이 늘 머리맡에 성경책을 두고 보시면서 굳건히 한 여생 잘 살다 90 생신 마치고 천국으로 가셨다.

나도 엄마처럼 엄살 부리지 않고 잘 살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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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토마토, 파슬리, 완두콩, 당근, 껍질있는 콩으로 만든 야채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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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흐리고 비 / 14도 / 수영장 다녀오다 / 날씨도 얄궃은 요즈음은 낮에 한 두 시간 푹 자거나 누워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