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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주보는 사람들의 일상을 가만히 살펴보면 늘 웃고있는 사람들 가운데도 발밑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또 겉으로는 만사가 순조롭게 보이지만 실상은 총체적 난국을 만나는 이들도 있다. 우리들의 삶은 소중한 순간들이지만 때로는 험하고 어지럽고 초라하며 삭막하기까지 할때가 많다. 이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이끌어가는 선한 기운이 있는가하면 그 반대로 이끌려 가는경우도 있다.
주중에 늘 가는 수영장 안에서였다. 한참을 물속 운동을 하고 있는데 한 할배가 강사 곁으로 다가오더니 가만히 서서 다른곳을 바라보며 처음보는 사람과 얘기한다. 사실은 우리가 운동하는 동안에는 강사 옆으로 사람들이 지나가지 않아야한다. 지나가다가 혹시 다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할배는 사인을 보지 않았는지 강사 가까이서 계속 주춤하고 있다. 얼른 지나가면 좋으련만 강사도 약간 신경쓰면서 할배가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는 눈치다.
어물쩍 거리며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그 광경을 본 내가 곁의 죠이스 (한국사람 특히 남자, 한국음식, 한국 드라마 좋아하는 할매)에게
“죠이스 우리는 나이 먹더라도 저렇게 어정쩡하게 다니지 말자구요.” 하니까 죠이스가 금방 내 말을 받아친다.
“헉, 내 몸이 그렇게 밖에 반응 못하면 어쩔수 없잖아요. 그리고 난 이미 많이 늙었는데… 헤 헤 헤”
그녀는 늘 이렇게 나를 한방 먹이면서 웃겨준다.
사실 죠이스는 금년 9월에 81세를 넘겼다. 그래도 건강하고 정신도 또렷할 뿐더러 유머감각이 넘쳐서 늘 다른 사람들을 웃겨준다. 운동이 끝나고 우리는 hot tub에 들어가서 또 수다를 떨었는데 내가 죠이스에게 물었다.
“죠이스, 당신이 까불인데 어렸을때 분명히 말괄량이였지요?”
“Nop, 나는 고아원에서 자라서 유년시절이 매우 불우했어요.” 한다. 내가 너무 놀라서
“지금 뭐라구 했소? 고아원에서 자랐다구요?”라며 제차 물으니 그렇단다.
자기는 10형제였는데 엄마가 막내놓고 몇 개월만에 세상떠서 자기와 그 밑으로는 다 고아원으로 갔고 위의 형제들은 큰 언니가 보살피며 살았단다. 그러니 가족구성이라는 것을 느껴보지 못하고 자랐단다.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였다니 옛날 사람들 동서양이 다 그랬나보다.
나는 이 말을듣고 너무나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죠이스는 수영장에서 나와 가장 친한 사람인데 그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면서 항상웃는 그녀의 얼굴뒤에 슬픈 얼굴이 가려져 있음을 알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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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14도 / 수영장 다녀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