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에서 배타고 2시간 45분 걸려서 시애틀에 잘 도착했다. 크리스마스 기간이라서 배에 탄 사람들이 거의 만원이다. 내 자리를 4명 앉는 자리에 가운데… 옴짝 달싹 못하고 한시간 여를 온후 슬슬 반 자리를 탐색하던중 아주 좋은 곳을 발견했다. 화장실도 가깝고 나중에 나가기도 편리한데 3자리 조르르 다 비어있다. 더우기 가운데 팔걸이까지 없어서 나는 얼씨구나 하며 먼저 자리로가서 내 짐을 다 챙겨왔다. 물론 직원에게 빈 자리에 옮겨 앉아도 되는지를 미리 물어서 허락을 받은 후였다.
가져온 책을 보다가 아예 신발을 벋고 의자에 옆으로 들어누워 남은 시간을 편하게 오게됐다. 계획대로 배가 정착되고 나가도 된다는 방송이 나오면서 나는 일곱번째로 줄을 서서 나왔다. 이럴때는 한국에서 잘 훈련된 몸동작이 효과를 보고있다. 으 흐 흐 흐 콧노래까지 부르는 이 할마시좀 보소.
며느리와 손녀 손자가 반갑게 마중을 나와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훌쩍 큰 손녀는 작는 숙녀가되어 몸짓과 행동이 여간 침착하지 않고 엄마를 잘 도와주고 있다. 게스트 룸에 침대도 자기가와서 다 마련해주더니 내 저녁도 데워 더운물과함께 가져온다.
잠자러 방으로 들어오니 머리맡에작은 책자가 하나 눈에 띈다. 위에 올려놓은 빨간 공책이 그것이다. ‘What I love about grandma’ by Lavinia(지원) Lee. 나는 이것을 열어보고 깜짝 놀랬다. 여기에는 미리 프린트 되어있는 첫 줄이 있고 그 다음에 자신이 글을 쓰게 되어있는 공책인데 할머니를 좋아하는 50가지의 메모가 들어있다. 몇가지를 소개한다.
1) I love your paintings
3) The world needs to know about your stories (세상은 당신의 이야기를 알아야 합니다.)
4) I love when you call me 이쁜이
5) When I was little I loved making mandu with you. (할머니와 만두 만들때를 생각하고 있다.)
6) I love that you taught me to cook, bake so many different foods.
8) It means so much that you showed me how to make punabang(붕어빵).
12) I love to play doctor with you. (2년 전에 우리집에 놀러 왔을 때 우리는 병원 놀이를 했다.)
13) I love listening to your stories about 이근표 + 이정신 (아들과 딸이름)
14) I love how much you enjoy Turner’s(동생) laughing.
23) I love how you never give up. (포기하지 않는 할머니를 사랑해)
25) If I had to describe you in one word, it’d be a miracle (할머니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불가사이한 사람이예요.)
27) Your bad back makes me feel sad… (할머니 허리 아픈것이 슬프다고..)
29) I’d love it if we could paint together soon. (할머니와 함께 곧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31) I hope you get to go to Korea and see your best friends and relatives. (한국가서 친한 벗과 친척들을 많이 만나기를 원해요.)
34) It makes me grin(미소짓다) when you look at my school work.
36) Thanks for helping me check my math (내가 한번씩 갈 때 수학공부 체크 해준 일이있다.)
37) Your ability to make art amazes me. (당신의 예술성이 나를 놀라게 합니다.)
44) I still can’t believe you inflated your ‘life jacket’ when you were on a plane (이 이야기는 내가 오래전에 비행기 안에서 라이프 자켓 바람을 불어넣었던 적이있다. 사실 나는 평소에 그것이 너무 궁금했었다. 혹시 비행기가 비상착육할 때 과연 당황하지 않고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내가 바람을 다 집어넣고 다시 바람이 빠지지 않아서 승무원에게 다시 새 것을 하나를 달라고 하니까 여분은 없다고해서 당황했었다. 다행이 비행기 사고가 나지는 않았지만 지원이에게 이 얘기를 해 주었더니 이렇게 할머니의 기이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썼다.)
48) Nobody else can make art as good as you. (아무도 할머니의 예술성을 따라 잡을 수 없어요.)
49) You are so creative you are so outgoing you are so smart (할머니는 창조적이고 외향적이며 똑똑해요.)
50) Thank you for being my halmuni! (나의 할머니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
손녀에게 이렇게 멋진 글 50개를 받았으니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아이들과 며느리는 잠이 들었는지 모두 다 조용하다. 할매가 혼자 늦도록 이글을 쓰다니… 할매도 만세한번 부르고 자련다.
할렐루야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