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샘이 이빨 교정중에 있어서 잡곡밥 대신 가끔씩 흰 쌀밥을 먹는다. 저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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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3일부터 읽고있는 책 오르한 파묵의 ‘내 마음의 낯섦’을 거의 다 읽어가고 있다. 처음 예상보다는 다소 늦었다. 책 분량이 워낙 많고 중간에 끼어드는 예상치 못한 일들 때문이다.

소제목에 ‘페르하트, 사랑에 감전되다.’ 를 읽으면서 사랑이라는 것은 시도때도 없이 일 순간에 사람의 마음을 눈멀게 만드는 것임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

작중인물중 페르하트는 전기 검열관이다. 이 남자는 돈도 살만큼 벌었고 미인 아내도 있는 기혼자다. 그가 어느날 전기 검열을 가서의 일이다.

<일하는 여자가 문을 열었다. 딸이 열이 나서 누워 있다며 부인이 곧 나올 거라고 말했다. 나는 여자가 권하는 의자에 앉아 보스포루스 (투르키에의 도시, 이스탄불 시내를 가로지르는 지중해와 흑해를 잇는 해협) 내다 보았다. 영혼에서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행복감이 이 소용돌이 치는 슬픈 풍경 때문이라고 생각하던 중에 진짜 이유가 한 줄기 빛처럼 방에 들어왔다. 그녀는 검은 색 진 바지에 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다.

“우리도 일이 이렇게 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만… 전기를 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밀린 전기료가 있어서요…”

“별수 없지요. 안타까워하지 마세요. 당신 잘못은 아니니까요. 사장이 정부든, 사기업이든간에 당신들은 그저 명령을 따르는 사람들이잖아요.” 나는 이 가혹하지만 옳은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지독한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아주 지독한 사랑에 빠지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거짓말을 했다.

“안타깝게도 아래에 있는 계량기 작동을 정지 시켰습니다. 따님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절대 전기를 끊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겠어요. 이미 일어난 일인데요…”

그녀는 터키 영화에 나오는 여자 검사처럼 굴복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 쓰지 말고 당신이 할 일을 하세요.”

한순간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며 이 집에서 들을 거라고 예상했던 말들을 그녀가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통상적으로 하는 대답들이 의미가 없었다. 할 말이 한마디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열흘 동안의 긴 휴일이 이십 분 후에 시작될 겁니다.” 여자는 고집스럽게 말했다.

“공무원 아저씨, 안됐지만 나는 지금껐 살아오면서 누구에게 뇌물을 준 적이 없고, 뇌물을 주는 사람을 좋게 생각하지도 않아요. 나는 내 딸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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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향해 걸어갈 때 나는 화가 나 있었다. 내가 단숨에 사랑에 빠진 그여자가 “잠깐만요.”라고 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여자가 나를 행해 두 걸음 다가왔다. 우리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그 순간에도 불가능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자가 창밖으로 도시를 가리켰다.

“공무원아지씨, 저 사람들을 좀 봐요. 저 천만 명의 사람들을 이스탄불에 불러 들인 것은 생계이고 이득이고, 고지서이고, 이자라는 것을 당신이 나보다 더 잘 알 거예요. 하지만 이 끔찍하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사람을 살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것이 바로 사랑이에요.”

여자는 내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등을 돌려 가 버렸다. 계단을 통해 내려가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전기가 끊긴 계량기를 완전히 차단하려고 손을 뻗었다. 그런데 정반대로 행동했다. 내 능숙한 손이 끊긴 전선을 순식간에 단단히 연결했고, 11호 계량기는 윙윙 돌기 시작했다.

관리인 에르잔은 말했다. “전기를 다시 연결해 주다니, 정말 잘했어요.”

“왜죠?”

“그여자가 당신을 힘들게 했을 겁니다. 그 흑해 지역 사람들은 모두 마피아니까요.”

“물론 아픈 딸은 없지요? 그렇지요?”

“딸은 무슨…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어요.”

페르하트는 밖으로 나왔을 때 자존심이 상했다. 이십 분 만에 사랑에 빠졌을 뿐만 아니라 속았기 때문이다. 그는 11호 전기를 다시 연결해 준것을 후회했다. (그녀는 고차원적 거짓말 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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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스탄불 사람들이 가난해서 전기를 불법으로 사용하고 또 사용했다하더라도 연체비가 쌓이고 했다. 이들은 전기를 공짜로 쓰기위해 검시원에게 돈을 집어주고 심지어는 여자들의 경우 잠자리까지 제공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내가 어릴때 우리나라도 전력이 부족해서 흐린 전등들을 썼다. 또한 전기 도둑들도 많았는데 동네로 들어오는 굵은 전기줄에 자기집으로 전선을 불법으로 연결해서 공짜 전기를 쓰던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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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흐림 / 11도 /

우리집의 점심(닭고기와 야채 Rice wrap) 과 저녁 (순두부찌개와 굴 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