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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밖에 나가면 닭 4마리가 우루루 내 쪽으로 달려온다. 뭐 맛있는 것을 줄까해서다. 나는 지난 주 부터 닭들에게 자유를 주었다. 그렇다고 그동안 아주 좁은 공간에 가둬 둔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우리집 마당을 다 돌아다니도록 아침이면 문을 활짝 열어준다. 닭들이 마당에 심어놓은 캐일과 근대를 자력으로 잘라먹는 모습을 집 안에서 내다 보니 흐뭇한 마음이 든다.
사실 그동안 철망안에서만 거하도록 해 놓았었는데 그 안에 풀은 다 뜯어먹고 맨 땅이다. 철망안에서 생활하게 한 것은 너구리나 하늘 위에 큰 새들로부터의 공격이 무서워서였다.
닭들의 하는 일이란 종일 모이 찾아 다니고 어두워지면 홰에 올라가서 잠잔다. 닭들은 어두워지면 눈이 안 보인다고해서 해거름이되면 스스로 자기 잘 곳으로 올라가는데 가르쳐주지 않아도 잘 한다. 참으로 신기하다.
그러나 나는 이번 자유를 주면서 닭과의 예상치 못하는 이별이 올 것도 마음에 두고 이 일을 시작했다. 모든것을 딱! 딱! 규격에 맞춰 살기만 한다면 좋겠지만 닭을 잃을 수도 있다는 감안해 놓고 시도해 보기로 했다. 우리집은 마당이 넓고 아랫쪽으로 비탈길이라서 닭들이 빠져나갈 구멍은 아주 많다. 아침에 수영장에 가기전에 닭들이 안보여서 어디로 빠졌나 걱정했는데 자기네들끼리 한군데서 몰려있다가 나를보더니 달려오고 있어서 여간 반갑지 않았다.
그래, 니들에게도 자유가 필요하겠지 이곳저곳 밭고랑도 다녀보고 담밑에도 숨어보고 말야. 닭들은 요즈음 자기네들만 알아듣는 대화로 이렇게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주인이 왠일이지? 우리들에게 이 넓은 마당에 마음대로 종일 돌아다니게 하다니.”
요즈음은 계란을 2개밖에 못 건진다. 어쩌다 3개를 건지기도 하지만 그런날은 많지않다. 4마리중 2마리는 단산된 것 같다. 그래도 어쩌겠나. 자연사 할때까지 이놈들을 먹여주고 관리해 주어야한다. 내가 가끔씩 닭들도 불쌍하다고 말하면 이 말을 듣고있던 하숙샘이 내게 말한다.
“허 참, 엘리샤씨는… 그렇게 닭들이 불쌍하면 곁에가서 놀아주세요. 얘기도 해 주고요.”
사실나는 계란을 꺼내올때는 꼭 닭들에게 “고맙다”라고 말해주고 밥을 뿌려줄때는 “얘들아 잘 먹어라”고 말해준다. 살아있는 것들은 다 소중하다. 식물, 동물, 사람, 모두가 그렇다. 서로에게 애정을 가지고 사랑해주면 좋겠다.
* 이 닭들이 다 끝나면 이제 새 닭은 안 사기로 마음 먹었다. 이것도 하나의 족쇠다. 닭들 때문에 어디를 가기가 매우 힘들다. 작년여름 서울 갈때 여러 사람에게 닭 모이 부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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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종일 비가 내리다 / 드디어 수영장 Aquafit 다녀왔다. 한달 넘게 못 만난 할매들이 여기 저기서 눈 수술 잘됐냐? 이제 더잘 보이냐? 등등 질문들이 요란했다. 할매들과 함께 Happy New Year 로 인사 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