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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칸신에서 제일 인구가 많은 밀와키에 사는 장점이 두개 있다면, 하나는 시카고가 채 두시간도 안걸리는 거리에 있어서, 한인 식품점이나 한인 식당에 쉽게 갈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인구가 많다 보니, 작은 도시에 비해 일자리가 많은 것 같다.
나는 주일 낮 예배 하나만 있는 작은 미국인 교회의 담임목사로 있다 보니, 한인 교회를 맡고 있는 있는 목사들에 비해 비교적 자유 시간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나는 감리사와 교회 지도자들의 허락을 얻은 후, 집에서 가까운 병원의 파트 타임 원목일을 부업으로 하고 있다.
내가 취업한 Waukesha Memorial Hospital은 풀 타임 채플린 제도를 없애고 대신에 파트 타임 채플런을 여럿 고용하여, 환자와 가족들에게 정서적, 종교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의사와 간호사, 약사가 제일 중요하지만, 환자가 죽음에 이를 경우에는 의료진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임종을 맞을 준비를 하라고 하며, 채플린을 불러 환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고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해 온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치료를 받고 빨리 퇴원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채플린의 방문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여, “고맙지만, 채플린이 필요 없으니, 나가 달라”는 사람들도 있고, 건강이 회복되도록 기도를 해 달라는 사람들도 있고,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 내어 놓고 눈물을 보이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며칠전에는 간호사를 통해 발수술을 받고 회복중인 76세의 백인노인을 방문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병실을 찾아 갔다. 건장한 체격의 환자는 나를 보자 마자, 눈물을 글썽이며, “감정을 조절 못해 미안하다. 내가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고 싶어 채플린의 방문을 요청했다”고 정중하게 말을 했다.
나는 무슨 일인가 하고 일단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그 영감님의 말씀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평생 결혼을 안하고 혼자 살아 왔다. 결혼을 안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몇 번 시도를 했으나, 결혼이 이루어 지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입대하여 4년 복무한 후, 제대하여 대학을 다녔고, 대학졸업후 일하느라, 결혼은 미루어졌고, 여자를 만나 청혼도 여러번 했지만, 여자들은 내 청혼의 말을 듣고 웃어 넘기거나, 아무 말도 대꾸하지 않아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10년전 쯤 부터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고, 지금까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서 하는 말이, “나는 작은 경비행기를 모는 파일럿으로 일을 했는데, 하루는 보수적인 루터란 신학대학인 Concordia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교수를 비행기에 모시고, 식당에 모셔 주던 중에, 그 교수님이 나한테,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왜 결혼을 안하고 혼자 사냐? 결혼 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핀잔을 주어서 그 말이 자기 마음에 상처가 되어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생각만 하고 화가 나서 그 이후로는 교회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혹시 그 신학대학 교수님이 영감님이 동성애자라고 지레 짐작하고 정죄하는 말을 했던 것 일까요? 결혼 안하고 혼자 살 수도 있는 일인데, 남에게 함부로 이래라 저래라 훈계를 한 꼰대의 말에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예수님도 결혼 안했고, 바울 사도도 결혼 안했고, 천주교 교황도 결혼 안하고, 달라이 라마도 결혼 안하고, 마더 테레사도 결혼 안 했는데요. 요즘 유명한 테슬라 전기차의 이름으로 유명한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도 82세까지 살았으나, 결혼을 안하고 혼자 살았다고 합니다. 결혼하거나 말거나, 자기 자유인데, 그 고지식한 신학자가 “결혼 안 하는 것은 잘 못되었다”고 말할 때, “남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마라. 너나 잘 하세요.”하고 쏘아 부쳤을 수도 있는데, 그 말 때문에 40년을 마음 고생을 하셨군요. 루터파 교회중에 미주리파나 위스칸신파 루터파교회는 보수적인 교회지만, 진보적인 루터파 교회인, 미국 복음 루터파 (Evangelical Lutheran Church of America) 교회도 있는데, ELCA 루터파 교회 목사들은 그런 무식한 소리 안 할 겁니다.”고 위로해 주었다.
한국에서 어느 청년이 공무원시험에 거듭 떨어지자, 우울증에 빠져 있다가 자살했는데. 그의 어머니가 목사에게 찾아가 아들의 장례식을 부탁하자, 그 목사는, “자살한 사람은 지옥갔으니, 장례예배를 드려 줄 수 없다”고 거절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홀로 지옥에 간다면, 나도 내 아들과 함께 해 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의 어머니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말을 들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어슬픈 목사들이 인간이 만들어낸 교리를 신의 뜻으로 착각하여, 무지몽매한 사람들을 잡는 일도 있으니, 조심해야 할 일이다. 선불교에서 “살불살조 (殺佛殺祖)”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선사를 만나면 선사를 죽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종교인의 말에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하여 휘둘리지 말고,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걸러서 들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내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한, 자유롭고 용기있게, 내 인생 내 식대로 살다 가겠다.”고 하는 줏대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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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 어제 저녁에 남은 야채와 고기를 작은 사이즈 쌀종이에 넣고 살짝 구웠다.
날씨 : 포근하다 / 10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