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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내 맥북에어 랩탑 컴퓨터가 충전이 안되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한두번 번떡번떡 하더니 죽고 말았다. 컴퓨터 수리센타에 가져 갔더니, 본체가 망가졌기 때문에 회복 불가능하다는 사망선고를 받았다. 새 컴퓨터를 사는 값의 삼분의 이를 지불하고 본체를 갈아 끼어 지금 사용하고 있지만, 일부 문서나 사진은 복구하지 못하고 잃어 버렸다.
이 일을 통해 사람의 인생도 갑자기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국오기 전에 연세대 신과대학에서 주관한 “목회자 하계 연장교육”에 참가했던 적이 있는데, 서울대 약학대학 학장으로 계시던 홍문화 박사께서 강의를 하던 중, “은퇴한 후 갑자기 죽는 사람들이 있으니 조심하라”하던 말씀을 하신 것이 기억난다.
내가 일하는 병원의 원목실에 앉아 있는데, 간호사가 2127 병실의 환자가 곧 사망할 것 같으니, 채플린이 환자의 가족들을 좀 만나보라는 연락이 왔다. 병실에 갔더니, 60대 초반의 백인여성이 병상에 누워 있는 남편이 곧 세상을 떠날 것 같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남편 Rick은 65세인데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올해 은퇴했는데 평소 테니스와 농구를 즐기고, 건강식을 챙겨 먹고, 완전 건강체질이었다. 그런데, 몇달전에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허리 아픈 약을 먹어도 듣지를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혈액검사를 했더니, 백혈구 숫자가 너무 낮게 나와 정밀검사를 했고,청천벽력처럼 내려진 진단은 폐암말기로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라고 했다. 남편은 담배도 피우지 않았는데 폐암이 걸린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Rick은 희망을 갖고 항암치료를 적극적으로 받기를 바랬고, 유독성이 있는 항암제 치료를 받던 남편이 이층 침실에서 혼자 자고 있던 중, 숨쉬는 소리가 이상해서 올라 가 보았더니, 남편이 의식을 잃고 숨도 쉬지 않아 응급실에 전화하여 병원에 싣고 왔는데, 의사의 말은 산소부족으로 두뇌가 회복불능상태로 손상이 되었기 때문에 장례식 치를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아내의 말은, “두 딸을 잘 키워 둘 다 음악석사와 음악박사로 만들었고, 이제 우리 둘 다 은퇴하여 4월달에 은퇴기념 여행을 가기로 계획까지 세워 두었는데, 갑자기 장례식을 치뤄야 하니 안타깝다. 우리 남편의 보모님은 93세, 97세까지 사셔서, 우리 남편도 오래 살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일찍 죽을 줄은 몰랐다. 이제 은퇴하고 여행이나 다니며 편히 살 계획이었는데 남편이 이렇게 일찍 죽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나는 무슨 말로 위로를 해 드려야 할지 난감했다. “지난 40년간 부부로 사이 좋게 지냈으며, 두 따님을 훌륭한 음악가로 키워 결혼시키셨으니, 훌륭하게 사신 것입니다. 회복가능성이 있다면 좋겠으나, 이미 암이 다 퍼졌고, 두뇌손상으로 의식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이니, 어떡하겠습니까? 인명재천이라는데,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편이 고통과 슬픔이 없는 하늘나라로 가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하나님의 섭리에 순응하여 마음의 안식을 얻으시길 빕니다.”하는 말을 남기고 병실을 나왔다.
얼마 있지 않아 중환자실에서 연락이 왔다. 중환자실에는 45세의 몽(Hmong) 남자가 사경을 헤매며 누어 있었다. 70대로 보이는 영감은 눈물을 글썽이며 “내 큰 아들인데, 목숨을 살리게 기도 좀 해 달라”고 했다. 나중에 환자의 챠트를 보았더니, 보통키에 몸무게가 147킬로 나가는 초고도 비만에다 심장마비가 온 것이라 적혀 있었다. 영감님의 여동생인, 환자의 고모는 몽교회의 여자목사라고 하는데, 사경을 헤메는 조카의 귀에다 대고, “조카야, 예수님의 이름을 불러라. 하나님, 제 조카에게 새 심장을 주세요.” 하는 기도를 하는 것을 들었다. 기도한다고 새 심장이 생길 가능성은 적지만, 조카를 사랑하는 고모 목사님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기도였다고 생각되었다.
미국 말에 “If you want to make God laugh, tell Him your plans.” (하나님을 웃게 만들려면, 하나님께 너의 계획을 말하라)란 말 있다. 하루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인간이 앞으로의 포부를 말하는 것은 하나님의 입장에서 보면 가소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도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 이야기를 통해, 어떤 부자가 “평생 먹을 것 쌓아 놓았다. 이제 먹고 마시며 즐거운 인생을 살 것이다”고 호언장담하자, 하나님은, “어리석은 부자야. 오늘 저녁에 네 영혼을 데려가면, 네 소유는 누구의 것이 되느냐?”고 물었다.
갑자기 끝날 수 도 있는 우리 인생. 예기치 않게 찾아 올 수 있는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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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10도 / 수영장 다녀오다. / 어제 말한 한국사랑 죠이스 할매는 거금 45불이나 들여 한국 요리책 (Aaron and Claire)까지 주문했다고한다. 저녁에 잠시 Aaron and Claire 요리 체널을 보았는데 영어권 한국인 부부의 15분간 요리를 유창한 영어로 아주 잘 하고 있다. 남편은 요리하고 아내는 먹어주고… 멋진 콤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