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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하루씩 죽어가고 있다. 왜 갑자기 죽는 얘기는?
나이들면 매일 죽음을 생각하면서 산다. 여기 저기서 회복못할 병에 걸렸다느니 갑자기 치매가 왔다느니 예고없이 심장마비로 저세상 갔다느니 등등의 소식을 가까이에서 쉽게 접하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가 언젠가는 내게도 닥칠 일이기 때문에 나의 하루는 정말 조심스럽다.
낮에 수영장에서 두 할매와 얘기하던중 ‘이 사람들은 정말 긍정적으로 사는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됐다. 한 할매는 나이가 나보다 열 한살 어리니까 할매 중에서는 젊은 측에 속한다. 이 할매는 얼굴도 곱고 늘 웃는상인데 이 물속 운동에 들어온지는 반년정도 된다. 이 할매는 제 작년에 유방 수술을 했고 방사능치료로 회복은 했다지만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있으니 사실 늘 불안한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늘 씩씩하다. 그녀가 하는말이 비록 자기가 유방암으로 환자 생활을 좀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남편과 가까이 자녀들이 있고 거할 집이있고 먹을 음식도 부족함 없으니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나보다 훨씬 가난한 사람들에 비하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며 활짝 웃는다.
곁에있던 또 한 할매가 하는말이 자기는 평생 독신으로 살아왔지만 집 아랫층에 남동생과 그의 딸이 함께 살고있어서 남동생이 늘 요리를 해주고 설거지는 여자 조카가 해주고 있으니 너무 감사하다고 한다. 사실 이 할매도 나이는 어리지만 몸 상태가 너무 안 좋다. 걸음을 걷기가 매우 힘들어서 한 발자국 뗄때마다 절룩거리며 왼쪽으로 거의 쓰러질 정도다. 과체중에 키는 작아서 보눈 이들의 마음을 졸인다. 이 할매도 매우 활달하며 한번도 찡그린 얼굴을 볼 수 없으고 늘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또 한 어느날부터 해성처럼 나타난 남자가 있다. 우리 할매들 무리속에서 남자들의 숫자는 언제나 겨우 두 세명 정도다. 이 남자가 나온지는 약 2개월 정도됐는데 바로 내 곁에서 운동을 하기에 어제는 내가 말을 걸었다. 이름은 Daimian이라고 하는데 머리 수술 후 일도 그만두고 장애자 보조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당치만 컸지 아직 나이가 한창 어린데 벌써부터 몸을 잘 못쓰게 되다니 안타깝다.
가만히보면 물 속에서도 작은 공동체가 이루어지고있다. 모르는 사람끼리 서로 눈인사도 하고 자기의 삶에대한 얘기도 스스럼없이 나눈다. 나도 그들속에 끼어 두루두루 사귐을 가지고 있다.
내가 다음주 월요일에 다른쪽 눈 수술이 있다고 말하니까 나와 가까이 얘기하고 있는 할매들이 모두 ‘good luck’ 하라면서 다음달에 보자고 인사하고들 간다. 내가 강사한테도 같은 얘기를 하니까 그녀는 내게
“오 호, 두 눈이 밝아지면 이제 진짜 내 예쁜얼굴 자세히 보겠네.” 라며 까르르 웃는다.
나보다 나이많은 할매들은 이미 눈 수술 다 했고 뒤에있는 젊은 할매들은 ‘아직 내 차례 아니네.’ 하면서도 선배들의 눈수술 경험을 귀담아 듣고있다. 이렇게 나의 오전 일과는 이 할매들과 운동하는 것으로 소요되고 있다. 내 몸이 정상적으로 움직여지지는 않지만 이렇게 하루를 웃음으로 보낼 수 있다는것에 나도 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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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삼겹살 기름을 빼고 껍질을 맛나게 볶아서 야채들과 어우러지게 요리하다.
날씨 : 흐림 / 7도 / 교우 부부가와서 정원에있는 과일 나무들을 전지 해 주었고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돌아갔다. 너무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