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병실에 들어 갔더니 할머니 한 분이 손자가 떠먹여 주는 마카로니 치즈를 받아 먹고 있었다. 나는 음식을 드시는 걸로 보아 곧 회복 되실 분인가 판단하고, “할머니가 빨리 회복 되시길 빕니다”하는 기도를 하고 병실을 나오는데, 따님으로 보이는 중년부인이, 할머니가 듣지 못하도록, 낮은 목소리로 나한테, “She is dying.”(어머니는 임종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할머니가 죽음 직전인 상황인 것을 모른 채, “할머니의 회복을 위한 기도”를 했으니, 실수를 한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당황하여, 가족들에게 손을 잡게 한 후, “하나님의 뜻이 할머니를 천국에 데려 가시는 것이라면, 하나님의 뜻에 순응하게 하소서”란 임종기도를 드린 후, 황급히 병실을 빠져 나왔다. 그런 실수를 한 후, 걸어 나오며 예전에 들었던 미국 농담이 생각이 났다.

어떤 목사가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환자를 방문하고 회복을 위한 간절한 기도를 한 후 병실을 떠났는데, 그 다음날 환자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의료진은 회복 중이던 환자가 갑자기 죽은 데 대해 의아해 하던 중, 병원 청소부가 병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에는 환자가 이런 말을 써 놓았다: “목사님이 산소 호흡기 줄을 밟고 있어서 제가 숨을 쉴 수가 없어여 ……”. 목사가 기도에 열중하다 산소 호흡기 줄을 밟아  환자를 죽게 했다는 농담이었다.

다음 병실에 갔더니, 백인 할머니 한 분이 병상에 누워 계셨다. 할머니는 외로우신 듯, 말을 술술 하기 시작했다. 목사는 설교를 하는 것이 주업무라면, 채플린은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 주업무라고 한다.

할머니는 젊었을 때 남편이랑 식료품 가게에서 일하다가 돈을 모아 식료품 가게를 열었다고 했다. 남편은 그 식품점을 애지중지했는데, 하루는 이렇게 말했다 한다. “내가 갑자기 죽는다면, 당신이 이 가게를 계속 운영하면 좋겠다”고 했다. 말이 씨가 되었던지, 남편은 52살에 죽었고, 아내는 남편의 식료품 가게를 이어받아 운영을 했는데, 물건 주문, 판매,  직원관리등 일이 많았다고 했다.

하루는 가게의 돈이 자꾸 새어 나가는 것을 느꼈으나, 누가 돈을 훔쳐 가는지 알 수 없어, 경찰의 도움을 요청했더니, 형사가 직원이 모르는 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은지 하루 만에, 범임을 찾았다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평소 믿고 의지하던 직원이 매상금을 금고에 넣으며, 일부 지폐를 옷소매 사이에 집어 넣는 것이 CCTV에 잡혔다고 했다.

그 일로 그 여자 직원을 해고 했으나, 어린 아이들을 홀로 키우는 불쌍한 처지를 고려하여 훔친 돈에 대한 배상만 청구하고, 그 여자직원을 절도죄로 유치장에 보내지는 않았다고 했다.

할머니는  8살, 13살 먹은 손녀 둘을 맡아서 키우고 있다고 했다. 그 손녀들은 자기 딸의 아이들인데, 딸이 마약에 손을 대어, 엄마 구실을 못하여, 위탁가정에 손녀들을 보내면, 위탁가정에서는 정부보조금만 챙기고 아이들을 보살펴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할머니가 사랑하는 손녀들을 맡아서 키우게 되었다고 했다. 딸에게는 비극적인 과거가 있었다고 했다.

딸이 결혼식을 자메이카의 휴양지에서 하기로 해서, 가족과 친구들이 자메이카로 갔는데, 신랑이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 결혼하기가 싫어서 나타나지 않나 해서, 휴대폰에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아, 이상하게 생각되어 신랑친구들이 시내에 나가 찾아 보았더니, 신랑이 결혼식장에 차를 타고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는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그 충격으로 자기 딸은 마약에 손을 대었고, 나중에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하여 두 딸을 낳았으나, 마약중독 때문에, 두 딸을 키울 수 없게 되어, 연로하신 어머니가 두 손녀를 키우게 된 것이라는 말을 듣고 병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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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교우 부부가 방문하여 과일나무 밑에 줄지어 누워있는 오래된 칸막이 나무들을 다 뽑아내고 붉은 벽돌로 그 자리를 대신해서 잘 마감해 주었다. 그리고 꽃이피었다가 진 지저분한 꽃 잎과 잎사귀들을 다 가위로 잘라 마당을 깨끗이 정리해주었다. 그들이 마당일을 하는동안 나는 열심히 부엌에서 저녁준비에 바빴고 우리는 한 자리에 앉아 근사한 월남쌈을 먹으면서 성도의 교제를 나누었다.

성경 사도행전 2장 46절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며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기쁨과 즐거움으로 성도의 교제를 한 하루는 매우 보람있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잠 자리로 이동한다.

** 월남쌈 : 양념 소 갈비살 / 왕새우 볶음 / 부드러운 상추 / 오이 / 버섯 / 호박 / 아보카도 / 3 colors pepper / 파인애플 / 호박 찹쌀떡 / 아주아주 맛있는 소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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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12도 / 내일 저녁에는 한국에서 손님 두 분이 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