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숱이 많은 것은 젊음과 건강과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나는 그 축복을 받지 못했다. 나보다 16살, 11살 많은 큰 형님과 작은 형님은 머리숱이 많아 멋있는 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데, 동생인 나는 머리 숱이 점점 줄어들어 열등감을 느낄 적이 많다. 한때 머리숱이 풍성했던 미남배우 죤 트라볼타나 인기 가수 빌리 죠엘이 최근에 머리를 밀어버린 대머리 스타일로 바뀐 것을 보고 나는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되었다.
작년 바이든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을 시청하던 중, 나는 국회의사당에 모였던 상, 하원의원들과 국무위원들, 현역장군들의 머리모양을 관찰해 보았는데, 머리 모양이 각양각색이었다. 대부분은 단정하고 멋진 모습이었으나, 개중에는 머리 숱이 너무 많아 또아리를 땋아 올린 사람도 있었고, 탈모증이 있어 머리를 깨끗이 밀어버린 흑인 여성 하원의원도 있었고, 앞이마가 훤히 보이는 사람, 뒷머리가 없는 바이든 대통령, 엉성한 백발을 대충 걸치고 나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보였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도 빠져가는 머리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미국의 모발이식 수술 전문의가 쓴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머리 빠지는 것이 너무 고민스러워 자살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자기에게 모발이식 수술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 가운데는 92살 먹은 할아버지도 있었고, 심지어 눈이 보이지 않는 장님 환자도 세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들은, “눈은 보이지 않지만, 손가락으로 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감각이 좋아서 머리이식 수술을 받으러 왔다”고 했단다.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멋있게 보이고, 사랑과 존경을 받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도 아내에게, “내가 백만장자 부자라면, 모발이식 수술을 받거나, 비싼 가발을 살 것 같다.”고 하니, 아내는 “머리를 시원하게 밀어 버리면, 동양에서 온 지혜로운 스님같이 보여 좋을 것이라”고 했다.
불교 스님들은 머리카락을 “무명초(無明草)”라고 해서 속세의 번뇌와 잡념을 끊는 뜻으로 삭발을 하는데, 머리를 시원하게 밀어버린 스님들은 머리 걱정에서 해방되신 분들이라 부럽게 느껴졌다. 중세 기독교 수도승들은 일부러 머리의 알맹이 부분은 삭발하고 가장자리만 띠모양으로 남겨 놓은 이상한 머리모양을 했던데, 일부러 못생기게 보여 세속에의 욕망을 끊고자 했다는 것이다.
외모가 멋져서 자신감과 활력을 갖게 되는 것도 좋은 일이나, 외모가 뛰어나지 못하고, 평범하거나, 좀 못 생겨도, 큰 사고 치지 않고, 겸손한 마음을 갖고 맘 편하게 살 수 있다면, 이는 평범하거나 못생긴 사람들을 위해 신이 감추어둔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종교를 믿는 목적이 소아적인 삶에서 벗어나 대아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머리모양에 신경쓰는 소아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내면의 아름다움인 겸손과 달관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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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동안 머리 숫 적은것 때문에 고민해 본 적이 없는데 이 글을 읽고나니 아직까지 머리숫이 이만큼 남아있는것에 감사해야겠다. 매일 감사찾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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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에 코스모스 : 두번째 touch up
날씨 : 종일 비의 연속 / 11도 / 밖에는 못나가고 게임하기와 그림만 그리다. / 이제 봄이되고 곧 여름이 올텐데 우리집 스케쥴 안내해 드린다. / 4월 3째주일 주중에 밴쿠버에서 손님온다. 3박 4일 / 5월 말 밴쿠버 / 6월6일부터 3주간 4명 한국에서 / 그 이후 1명 남아서 10월 초순까지… 이분은 따님댁과 우리집을 오가며 지낸다. / 오시는분들 모두모두 환영하고 우리집에 있는동안 즐거운 추억 만들어 가셨으면 한다. / 살아있는 동안 손님 대접하는 것이 하나님의 명령인듯,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