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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quafit이 끝나고 수영장에서 샤워실로 가던 길이었다.
나는 아직 샤워실까지 가기가 조금 멀었는데 멀리서 쥬디 할매가 가방을 챙겨들더니 뚜벅뚜벅 걸어서 남자 샤워실로 들어간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그 할매와의 거리가 멀어서 쥬디 할매를 부를 수가 없었다.
조금 있더니 쥬디 할매가 혼비백산되어 남자 샤워실에서 뛰쳐 나오고 있었다. 지켜보던나와 눈이 마주친 쥬디 할매는 “우째 이런일이…”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웃어재킨다. 내가 가까이가서 쥬디 할매에게
“난 당신이 성전환 한 사람인줄 알았다.” 라고 말했더니 쥬디 할매는 다시 깔깔 거리며 웃음을 그치지 못한다.
그 광경을 나만 보았는데 탈의실에 이 얘기를 오가는 할매들에게 다 공유하고보니 모두들 웃음바다가 넘친다. 내가 쥬디 할매에게
“쥬디, 그런데 남자 샤워실에서 벗은 남자들 봤어?” 물었더니
“응, 봤지” 한다. 내가
“몇 명이나?”
“아마도 4명쯤, 그런데 남자들은 왜 다 홀랑벗고 샤워를 하지?”
“그럼 남자들 알몸 다 봤다는거야?”
“으 으 응. 크 크 크 흐 흐 흐 아이구 난 몰라. 난 어릴때부터 이렇게 천방지축이었어. 정신줄 놓으면 큰일나겠어.”
나도 웃고 쥬디 할매도웃고 주위에 있던 할매들도 끄르륵 끅끅, 호 호 호, 히 히 히 라며 모두들 웃음을 그치지 못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것은 남자 샤워장에 들어가서 쥬디 할매가 놀란것이 아니고 그 남자들이 모두들 “꺄악~” 하면서 더 놀라며 등을 돌리고 다 어디론가 숨더란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낮에 계속 킥킥 흐 흐 하며 웃고있다.
늙으니까 골프에 ‘nice miss’ 처럼 즐거운 에피소드도 만들어내니 늙는것이 그리 슬플 일 만은 아니다. 쥬디 할매 오늘 잠 못자겠다. 네 남자 알몸둥이를 봤으니까.
부럽다. (이 소리 누가 안 듣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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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먹은 랍스터 구이 : 오븐에 굽기전 (외쪽) 구운 후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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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14 / 수영장 다녀오고 그림 그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