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2024 May 사인끝나다.

 

우리집 마당에는 창고가 4개 있다. 각각 이름이 있는데 A, B, C, D, E 로 구분하고 있다. A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곳에 있는데 집을 살때부터 있었던 일반 작은 창고다. 그 옆으로 B역시 옛날 주인이 만들어 놓은 온실인데 우리는 여기에 서서 밭을 가꿀수 있도록 밭을 높여 서서 열무와 부추를 기른다. 그 옆에 C는 하숙샘이 우리집에 오면서부터 지어준 넓직한 창고이고 또 그 옆에 D는 닭들이 잠자던 곳인데 다시 창고로 쓰기위해 며칠 전에 말끔히 물 청소에 페인트칠까지 했다. 다음은 마지막으로 뒷 마당에 홀로 있는 E 창고다. 여기는 정말 온갖 잡동사니 물건들과 내 그림들이 소장되어있다.

나는 가끔씩 이 창고에 들어가서 무엇을 찾으려면 너무 복잡해서 기회를 봐서 정리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 벼르던 날을 오늘로 잡았다. 마침 날씨도 편안해서 오후에 정리하기로 했다.

나이먹은 사람들이 거의 다 못하는 습관들이 있는데 그것은 안쓰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 세대의 사람들은 물질의 부족함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더욱더 그러하다. 하숙샘은 나보다 몇 살 더 많으니까 좀더 그 고집이 세다. 내가 평소에 잘 안쓰는 물건을 버리려면 “잠간만요. 나중에 쓸일이 있을 것 같네요.” 하면서 창고에 놓아두기를 바란다. 이렇게 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모아둔 것들이 몇 년이 지나면 결국 쓰레기로 변하고 만다.

오늘 내가 하숙샘에게 말했다.

“샘 오늘 내가 창고에 쓰지않고 쌓여있는 물건들을 사정없이 버리기로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하숙샘이 말한다.

“그런것들 다 돈주고 사온것이고 나중에 갑자기 쓰려고할 때 없으면 당황하게 되지요. 또 사러가야하는 시간과 돈낭비도 있고요.” 그래서 내가 또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아주아주 안좋은 물건들(완전 쓰레기)만 버리고 참고할 만 한 것들은 따로 모아둘테니 샘이 점검해 주세요.” 이 말을 들은 하숙샘이 내게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물건들은 다시 선반에 올려주세요.”라고 대답한다.

나는 이 말을 듣고 “푸 푸 푸 후 후 후”하면서 한참 웃었다. 그러니까 하숙샘은 내가 버릴가 말까하며 망설이는 물건들은 절대로 버리지 말라는 뜻이 아닌가???

아이고 “주여, 주여”를 외치며 나는 창고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못 통에 각종 못 들이 한 100년은 쓸만큼 많다. 이 못 다쓰고 죽으려면 우리는 죽을 수도 없다. 몇 시간 정리해서 밖으로 나온 물건들이 정말 많다. 저녁에 하숙샘이 마음을 고쳐먹었는지 뜻밖의 말을 한다.

“아이고, 주인님 마음대로 버리셔요. 나도 이제 주님마님이 버리는 물건 안 돌아볼께요.” 나는 이말을 듣고 다시 “우 우 우 푸 푸 푸”하며 또 웃었다. 앗 싸 라 비 아…. 쪼아쪼아~ 버리고 편안하게 떠나자~~

** 우리집 뿐만 아니라 노인들이 사는집은 이런 잡동사니로인해 상당히 복잡하게 사는 집들이 많다. 이제 나이 먹었으니 슬슬 갈 준비를 해야한다. 내가 어느날 갑자기 세상을 뜨게되면 우리 딸네미가 멀리서와서 얼마나 힘들게 치울까 늘 걱정하며 살아간다. 나는 부엌 살림도 언제 버려도 아깝지 않는 것들이다. 노인들은 안쓰는 물건을 잘 버리는 습관을 길러야한다. 습관이 되지 않으면 버리려다 다시 주워넣고… 그렇게 결국 필요없는 물건들이 쌓이게된다.

창고 정리는 며칠이 걸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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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머리 올림 : Peppers – Oil on Canvas 그림은 처음에 늘 이렇게 엉성하다… 어떻게 완성되는지 함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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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16도 / 수영장 다녀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