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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는 두 사람이 살고있다.
돌싱 할매 그리고 돌싱 할배다. 우리집을 많이 들락거려본 사람이나 교회 사람들은 이런 관계가 보기 좋다고 들 한다. 애인도 남편도 아니면서 하숙비를 내고 사는 하숙 할배와는 꽤 사이좋게 지내고있다.
생각하는 관점이 비슷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며 한국 정치도 우리는 둘 다 진보쪽이라 대화가 잘 통한다. 그런가하면 할배도 문학가로서 일찍 평론쪽으로 칼럼을 써 오셨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사람이 한 집안에서 살다보면 어디 딱딱 맞을수가 있을까?
나는 하숙샘으로 부터 스트레스 받을때가 가끔씩 있다. (아마도 그쪽도 그럴 것이다.) 내가 받는쪽을 얘기하자면 나는 일을 빨리 처리하는 편이고 하숙샘은 뭐든지 심사숙고 하는 편이라 속도가 조금 느리다. 나는 지저분 한것들을 싹 버리고 싶은데 그쪽은 나중에 쓸 수 있다며 다 모은다. 둘이 함께 시간맞춰 나가야하는 경우에 나는 좀 서두르는 편이고 그쪽은 아니다. 이럴때 말은 못해도 속이 부글부글~~~
이런일들은 그럭저럭 넘어가는데 내가 어느날 식탁에서 진짜로 속이 상하는 일이 있었다. 물론 하숙샘에게는 말을 안 했다. 그날 하마터면 내가 하숙샘에게 이렇게 말 할 뻔 했다.
‘지금 내가 너무 화가나서 머리 꼭지가 터질 것 같다.’
그러나 생각만 할 뿐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입을 꼭 다물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만약 앞에 있는 이분이 나의 고객이라면 (실제로 사업으로 따지 자면 고객이다. ^^) 내가 역정을 낼 수 있을까? 내가 참아야지. 만약 상점에 물건사러온 고객이 내 기분을 상하게했다고해서 내가 따지고 화를 낼 것인가? 그럴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그날 “당신을 고객으로 모심”이라는 마음의 문구를 새겨넣고 마음이 아주 편안 해짐을 느꼈다.
며칠 후 이런 나의 생각을 아는분과 함께 나누었는데 전화를 받던분이 내게 이렇게 말하며 수화기를 내려 놓는다.
“아이고, 고객… 참 좋은 생각이네요. 오늘 밤 우리 남편은 내가 전화로 수다떠는동안 혼자 밥 챙겨먹고 방에 들어갔네요. 나도 반성하고 남편을 고객처럼 잘 모셔야 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절대로 다투거나 실망 할 일 없겠네요. 하 하 하. It is very good idea~”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겪는 작은 갈등과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상대방을 고객처럼 대하는 마음가짐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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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21도 / 저녁에는 약간 서늘하고 낮에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 / 수영장 다녀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