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그리던 ‘해바라기의 꿈’을 2nd touch up 했다. 나는 이 그림이 개인적으로 매우 정감이간다. 그림을 그리다가 낮잠을 자는지 엘리샤는 해바라기에 뭍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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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한여름의 오아시스처럼 시원하다. 수영을 다녀와서 게임을 한 시간 정도 하고,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다 보니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 월요일이 시작되나 싶으면 어느새 수요일, 그리고 금요일과 토요일이 휙 지나간다. 마당에 나가서 봉숭아꽃을 보며 옛날 이모님 댁이 생각난다.

나는 해마다 여름 방학이 되면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12시간 내려가서 한 달 내내 이모 댁에서 재미있게 놀곤 했다. 이모 댁은 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나보다 나이 많은 언니와 오빠, 이렇게 네 명이다. 당시 기준으로는 식구가 적은 편이었다.

이모부는 수리조합장으로 일 하셨는데, 당시에 보기 드물게 좋은 집과 정원이 있었다. 정원 가운데 커다란 연못 같은 곳이 있어서 그 안에서 수영도 하고 놀았다. 정원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 있었는데, 그 많은 꽃들중에 내가 아직도 기억하는 것은 봉숭아꽃이다. 저녁이 되면 사촌 언니와 나는 봉숭아꽃을 따서 백반과 함께 찧어 손톱에 올리고 붕대로 감아 조심스럽게 잠을 잤다. 때로는 붕대가 손톱에서 벗겨져 난처한 일이 생기기도 했다.

올해 우리 마당에도 봉숭아를 심었다. 작년에 아는 분이 씨앗을 보내줘서 봄에 일찍 심었는데 처음에는 잘 자라지 않아서 꽃을 피울 수 있을지 염려했지만, 어느새 키도 크고 몸도 튼튼하게 잘 자랐다.

이모님과 이모부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사촌 언니와 오빠도 연락이 두절되어 지금까지 살아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봉숭아꽃을 볼 때마다 언제나 그분들이 생각나고, 그때 내게 너무 잘 대해주었던 이모님과 온 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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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아침결에는 구름이 끼고 흐리더니 오후부터 지금까지 비가 계속오고 있다. / 18도 / 수영장 다녀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