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으로 온 분은 내 손님이 아니고 우리집 하숙샘의 친구다. 이 분과 함께 있는 시간이 어찌나 재미있는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 사람으로서 처음 방문한 집에 스스럼없이 ‘갈갈갈, 크크크’ 하며 우리들을 웃겨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식사가 끝난 후에도 우리는 테이블에서 일어날 줄 몰랐다. 저녁 설거지가 쌓여가는데도 나는 그분과 대화를 이어가며 끝없이 웃었다. 세상에는 이렇게 남을 웃길 수 있는 재주 많은 사람들도 가끔씩 있구나 싶었다. 화제가 풍부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아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분은 말할 때 박력이 넘치고, 몸과 팔을 자연스럽게 써가며 이야기 하기 때문에 현실감이 더 하다.

내가 그분에게 “집에서도 아내와 이렇게 재미있게 지내냐”고 물어보니, 헐~

“무슨 말씀요? 아내와 집에서는 이런 유머가 안 통해요. 아내는 곧고 헛소리하는 사람을 싫어해서 입을 꾹 다물고 있죠. 허 허 허.”

“아니, 너무 아깝네요. 집에서도 아내와 이렇게 순간순간 ‘하하호호’ 하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게 다 부부의 안 맞는 부분이죠 뭐.”

“아, 부부는 로또라더니 그쪽도…”

이렇게 대화하며 우리는 다시 한바탕 웃었다. 세상 참 공평하지 않다. 다른 사람과는 이렇게 화통하고 즐겁게 얘기할 수 있는 분이 집에서는 아내가 유머를 받아주지 않다니, 흠~ 그래서 내가 그분에게

“이번에 우리집 길 트셨으니 앞으로 계절별로 오세요. 올때마다 그 웃음 보따리 다 풀고 가세요.”라며 응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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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22도 / 맑음 / 교회 다녀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