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부터 금식을 시작하고 나서, 우리가 매일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부엌을 한 바퀴 둘러보니 찬장, 카운터, 냉장고, 냉동실 등 곳곳에 먹을 것들이 놓여 있었다. 예전에는 전혀 몰랐던 일이다. 음식은 당연히 부엌에 있고, 배가 고프면 식사 시간이 아니어도 그냥 집어 먹는 게 너무 자연스러웠다.
내가 본격적으로 내 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 건 작년부터다. 예전에는 살이 안 쪄서 스스로 더 먹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던 내가, 사고 후 몸 상태가 비정상으로 변하면서 점점 늘어나는 허리둘레에 놀라면서 걱정을 해왔다.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적당히 먹었는데도 소리 없이 차오르는 뱃살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런 와중에 아는 분이 소개해준 제품을 어제부터 시작했고, 지금까지 다섯 끼를 굶고 이 제품에서 제공하는 파우치에 물 350ml만 타서 마시며 지내고 있다. 처음엔 걱정 됐지만, 막상 해보니 몸이 편안하고 어지럼증도 없다. 어제 오신 손님과 하숙생 식사도 꼼꼼히 챙겨드리면서 같은 식탁에서 나는 이 제품만 물에 타서 먹고 있다.
내가 지금 마시고 있는 것은 ‘발효 바이옴’이라고 해서 장내 유익균을 살리고 무익균을 죽이는 제품이다. 356가지 미생물을 43가지 산야초와 통곡물에 발효시킨 프로바이오틱스가 유익균의 먹이가 된다고 한다. 발효밀과 바이옴을 함께 복용하면서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바꾸고, 장이 건강해지면 면역력이 좋아지는 것이다.
참고로 장에는 면역세포의 70%가 살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단식이나 금식은 1년에 한 번쯤은 해주는 것이 좋은데, 나는 과거 바이타민 샵에서 일할 때 한 번 했는데 이후로는 그동안은 무심 했던 것 같다.
매일 세 끼를 확실히 먹어왔던 내가, 잘 익은 무화과나 냉장고 속 자두를 보면서 순간적으로 손이 갔다가 놀라서 물러나곤 하면서 웃는다. 아무튼 먹는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2주 후에 있을 ‘축제의 날’을 상상하며 부드럽게 꿈나라로 향하려고 한다.
참고로 첫날 몸무게 58.9kg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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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20도 / 약간 내려가고 있다. / 수영장 다녀오다. – 어제부터 3끼를 굶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영장에서 운동 1시간 너끈히 하고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