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해 만든 테피스트리(tapestry) : 부모님들은 최근 아이들의 활짝 웃는 사진을 보내주세요. A.S.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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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돌아온 후 오후에는 재봉틀을 꺼내 남아있던 천들을 정리하기 위해 찬장 속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급할 때마다 물건들을 꾸역꾸역 쑤셔 넣었던 찬장 안에는 이제 다 못 쓸 물건들과 오래된 공과금 영수증들만 가득 들어 있었다. 보물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오래 간직했는지 참 답답하다. 나는 물건을 즉시 버리는 성격인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리지 못한 것들을 이번에는 사정없이 쓰레기통으로 옮겼다.
그 와중에 한 두툼한 봉투를 열어보니, 그동안 받은 카드들이 들어 있었다. 이 카드들은 간직하고 싶었던 것들이라서, 다시 골라내어 간직하기로 했다. 그 중 하나는 내가 과거에 바이타민 샵에서 일할 때, 새 직장을 잡아 떠나게 되자 아쉬워하던 직원들이 보내준 작별 인사 카드였다. 23명의 직원들이 내게 행운을 빌어 주었다. 너무 감사하다.
또 하나의 카드는 미국 L.A.에서 온 것이다. 나는 그곳 대형 교회에서 행정 사무원으로 일했는데, 내 별명은 ‘사랑’이었다. 교인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별명을 붙여준 것이 고맙기 그지없다. 카드를 보낸 이는 글씨도 예쁘고 문체도 수려해서, 읽을수록 그의 따뜻한 마음이 더욱 느껴진다. 고마운 분, 오랫동안 행복하기를 빈다.
찬장을 정리하다 보니, 이런저런 카드를 다시 읽게 되면서 하던 일이 잠시 멈추곤 했다. 아이들에게 보여줄 태피스트리를 만들기 위해 천에 있는 작은 그림들을 오려내어 붙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11시를 넘겼다. 으 으 으 얼릉 자야지.
날씨 : 맑음 / 19도 / 다시 날씨가 좋아져서 기분이 좋았다. / 수영장 다녀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