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다녀와 저녁으로 생선찜을 준비하고 있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권사님, 빅토리아 공항에 가족들이 도착했습니다. 40분 후에 댁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나는 당황하며, “어제 오전까지 저한테 확실하게 연락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연락이 없어서 못오는 줄 알았어요. 지금 우리는 저녁을 먹으려고 하는데요…”라고 말했다. 상대방은 깜빡했다며 당황스러운 음성으로 “지금 방이 비어 있냐?”고 물었다.

사정은 이러하다.

한국에서 이민올 목적으로 오는 가족들의 랜딩 서비스를 하는 원장님이 가끔 손님을 나에게 보내곤 한다. 이틀 전, 방이 비어 있냐고 물어왔고 나는 비어 있다고 말했다. 원장님은 내게 어제 오전까지 연락을 주기로 했지만, 아무 연락이 없어서 안 오는줄로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40분 후에 손님이 온다고 하니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비행기가 빅토리아에 도착하는 시간은 저녁이라, 적당한 식당도 없어 나는 오는 손님들을 위해 저녁을 해 드리곤 한다. 물론 저녁값은 받지 않지만, 준비할 시간은 필요하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마침 교회에서 오다가 사온 짜장면 국수가 있어 급히 짜장면을 만들었다. 하도 부엌일을 많이 하니까 내 손은 조금 빠르다. 다행히 손님들이 도착했을 때, 짜장면이 거의 다 준비되었다. 손님들은 자신들이 내는 돈에 저녁 밥 값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알기 때문에 준비된 저녁을 보고 깜짝 놀라며 감격한다.

사실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후 밥과 김치만도 정신이 드는데 짜장면과 밥 그리고 생선찌개까지 함께하니 손님들은 감사 인사를 연발했다. 번개불이 콩 볶아 먹는다고 하는데 저녁에 그런 기분으로 상을 차렸다. 손님부부는 귀여운 4살짜리 딸아이와함께 지금 이층에서 잠이 들었는지 조용하다.

이후 원장님은 함께 식사를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미안하고 고맙다는 긴 문자를 보내왔다.  “제가 실수로 한 일 이해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다음에는 컨펌 꼭 잊지 않겠습니다.”

아이고, 요즈음은 젊은이도 깜빡깜빡… 그래도 사업에는 ‘깜빡’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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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18도 / 교회 다녀오다. / 손님은 우리집에 9일동안 머문다. 보통 이렇게 오는 분들이 집 계약 날짜가 차질을 빚을때 오게되는데 다행히 우리집에 한번 다녀가면 늘 잊지않고 고마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