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이 온 지 엿새째다. 한 솥에 밥을 먹다 보니 그사이 정이 들었다. 손님 부부가 이틀 동안 저녁을 사 와서 먹는 것을 보았는데, 가져온 음식이 별로 맛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그냥 모른 척 지나갔다. 그런데 3일째 되는 날, 우리가 막 저녁 식사를 하려던 참에 손님 부부가 저녁을 사 들고 들어왔다. 내가 같이 사온 듬식을 펴 놓고 우리 반찬과 함께 먹자고 제안했다.
마침 그날은 내가 새우, 고구마, 피망 튀김을 했었는데, 그 부부는 마치 며칠 굶은 사람들처럼 튀김 접시는 물론 다른 음식 접시까지 싹 비워버렸다. 그런 후 그들이 사 온 음식은 먹을수가 없다며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내가 그들이 사온 음식을 보니 국수는 불어터져 있었고, 고기는 양념이 너무 강했고, 브로콜리도 오래되어 맛이 없어 보였다. 그들이 이 음식을 $19.00 주고 샀다고 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매일 저녁에 맛 없는 투고 박스를 먹는 게 안쓰러워서 차라리 그 돈을 재료비로 내고 갈 때까지 저녁을 함께 먹자고 제안했다. 그들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너무 좋아하며 대환영이었다. 물론 그 돈은 우리집 식사 재료비에 턱도 없이 모자랐지만, 내가 수고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이 부부는 매일 저녁 어디서 음식을 사야 할지도 몰라 저녁마다 고민했다면서 너무 고마워했다.
오늘 저녁은 코스코에서 사 온 생 오리를 적절히 양념하고 야채로 속을 채워 오븐에 구웠다. 신선한 샐러드와 드레싱도 직접 만들고, 감자구이도 곁들여 정말 맛있게 먹었다. 중간에 아이 아빠가 맥주 한 박스를 사 왔길래 냉장고에 잠시 보관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 한잔하는 거야?” 하고 물었더니, 깜짝 놀라며 “맥주 드세요?”라고 되묻는다. 나는 “가끔씩 시원하게 혼자 한 잔 홀짝거리지.” 하니까, 그 청년은 “완전 반전이네요.”라고 말했다. “왜 내가 맥주를 안 마실 거라고 생각했어?”라고 물으니, “건강식 드시는 걸 보니까 맥주는 안 드실 줄 알았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맥주가 나쁜 음식이냐? 맥주 한 잔은 정신 건강에 좋단다. 너무 건강만 신경 쓰면 더 안 좋아. 가끔은 흐트러져도 괜찮아.”라고 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며 서로 웃었다.
저녁 시간이 되어 내가 “모두들 식사하러 나오세요!”라고 소리치자, 그 청년이 맥주 4캔을 들고 “짜잔~” 하며 나오는 게 아닌가! 청년은 “아까 사 온 맥주는 선물용이라 내일 줄 사람이 있어서 몇 개 빼기 어려워서, 방금 우리 먹을 맥주를 사 왔다.”고 했다. 나는 그 청년의 센스가 너무 기특해서 “브라보! 다음에 또 오리고기 먹으러 와, 다음에 오면 공짜로야~” 라고 말하니 모두들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다. 오랜만에 시원한 맥주와 오리 요리를 먹으며 네 사람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람은 눈치도 있고, 순발력도 있어야 귀염받는다. 오늘 이 청년이 내게 선물한 맥주 한 캔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다. 한국 사람들의 빠른 눈치와 행동력이 오늘날 한국을 만들어냈다. 대~ 한~ 민~ 국~! 짝 짝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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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도 든든히 먹고
오리고기 속에 들어갈 야채와 과일들
내일 있을 아이들 행사 준비까지 정말로 엉덩이 붙일 시간없이 많이 바빴다. 아이들 인원이 6명으로 늘어나서 동물인형 더 만들어야 했다. 숙박해서 돈 조금 벌고 그 돈을 아이들 행사에 아낌없이 쓰고있으니 바쁘지만 무척 행복하다.
랄 랄 랄 라 나는 오늘도 이렇게 노래를 부른다. 하나님께 감사기도와 내 아는 분들의 평안을위한 기도를 올리고 조금일찍 잠자리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