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의 친구 ‘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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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다 준비해 놓고 지아네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세 명의 얼굴이 마치 초상집 같았다. 내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월마트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왔는데 파킹장에서 인지 가게 안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딸 지아의 동물 인형이 없어진 것을 우리집에 도착해서 알게됐다고 한다.

지아는 세상이 무너진 듯 크게 울어대고, 지아의 부모는 당황해 어쩔 줄 몰랐다. 부모는 당장 월마트로 가서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사로 잡혔지만, 인형을 월마트 안에서 잃어버린 건지, 파킹장에서 잃어버린 건지조차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지아는 월마트에 들어갔을 때 카트에서 잠깐 잠을 잤다는데, 그때 ‘와와’를 놓친것 같다고 한다. 지아가 너무 슬프게 가슴을 애이며 울고 있으니 우리 모두가 달래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 봉제 동물 인형 이름은 ‘와와’인데 지아가 한 살 때 선물받은 것으로, 네 살이 된 지금까지 ‘와와’를 꼭 껴안고 다니며 함께 잠자던 애착 인형이었다.

내가 지아 부모의 얼굴을 보니, 그들은 밥이고 뭐고 당장 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잠시만 기다려봐” 하며 얼른 전화기를 들어 월마트에 전화를 걸어, 혹시 분실물로 작은 엷은 밤색 봉제 강아지가 들어온 게 있냐고 물었다. 그러나 고객센터의 대답은 불행히도 ‘아니요’였다. 이제 지아는 더욱 서럽고 애통하게 울면서 엄마에게 그래도 지금 당장 가 우리가 찾아 보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나는 지아에게 말했다. “알았어. 너랑 엄마 아빠가 월마트에 가는 건 좋은데, 우리 집 저녁은 못 먹을 거야. 아마도 맥도날드나 서브웨이에서 사 먹고 와야 할 거야.”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 말은 사실이었다. 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는데, 월마트에서 인형이 없다고 했음에도 지아는 여전히 때를 쓰고 있었으니까 나도 이 아이의 응석을 마냥 받아 줄 수 만은 없었다.

다행히 엄마가 겨우 지아를 달래서, 우리는 함께 저녁을 잘 먹었다. 나는 저녁을 먹기 전에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부탁드렸다. “하나님, 지아의 애견 ‘와와’를 꼭 찾아주세요.” 지아의 부모는 내 기도 소리를 듣고 웃으며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듣던 하숙샘도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은 아이들을 사랑하시니까 꼭 들어주실 거야.”

저녁을 잘 먹고 나서, 이들 부부는 쏜살같이 지아를 데리고 월마트로 향했다. 가족이 떠난 지 약 7~8분쯤 지났을 때, 지아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은 나는 ‘찾았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흥분된 목소리로 “선생님, 찾았어요! 우리가 가면서 월마트에 다시 전화했더니 3분 전에 강아지가 분실물로 접수 됐다고 하네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할렐루야!”를 외쳤다. 믿음이 없던 이들 부부는 내 할렐루야라는 말에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한 시간 전만 해도 폭풍처럼 울던 지아가 자기 ‘와와’를 손에 들고 방긋거리며 현관문을 들어섰다. 나는 그들 가족에게 말했다. “그렇죠? 내가 하나님께서 찾아주실 거라고 했잖아요.” 그러나 이들 부부는 내 말의 진정성을 가벼운 웃음으로 넘기고, 그저 ‘와와’를 찾은 기쁨에만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사실 시간을 계산해 보면 이러하다. 만약 이들이 저녁 먹기 전에 월마트로 갔었다면 못 찾았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분실물에 강아지가 도착하지 않았다. 그 때 없다고 했으면 다시 월마트는 가 볼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저녁을 먹고 나섰기 때문에 timing이 딱 맞게 찾을 수 있었다. 절묘한 시간계산까지… 나는 하나님께서 ‘와와’를 찾아 주셨다는 확신이 있는데 이들은 그져 우연으로 여기니 내 마음은 조금 씁쓸했다. 어쨌든, 내일 아침을 먹고 자기들의 보금자리로 떠나는 이들 가족이 마지막까지 큰 어려움 없이 떠나게 되어 기쁘다.

나는 이들이 새로 들어가는 콘도에서 바로 식사할 수 있도록, 이틀 전에 담근 오이김치를 봉지에 담아 준비해 두었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 집에 잠시라도 머물면, 꼭 이렇게 김치를 챙겨주는 것이 나의 전통이니까.

 

생선찜 : 아래와같이 통 생선을 스팀기에 14쪄서 꺼내어 기름 반컵 정도 끓여 스팀된 생선위에 뿌린다. 뿌리기 전에 파와 실 고추 몇 가닥 올려놓고 함께 기름에 튀기고 미리 준비해 둔 양념장을 끼얻어 먹으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생선찜 요리다. / 순부두와 계란 숩을 맛깔나게 잘 끓여 모두를 즐겁게 해 주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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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16도 / 수영장 다녀오다. 오늘 9월 30일은 National Day for Truth and Reconciliation으로, 캐나다에서 원주민에 대한 역사적 부당함을 기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날이다. 수영장에도 국경일이라서 강사는 안나왔고 수영장 문은 오후 3시까지 열었다. 나는 그냥가서 혼자 수영을 했는데 나같이 열심인 할매 또 한 사람 Dawn이 나를 보더니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니까 죽기 살기로 수영장 오는 할매는 나 하고 Dawn이다. Dawn은 몬트리올에서 6개월 살고 빅토리아에서 6개월 사는데 이제 곧 몬트리올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