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만나는 할매와 할배들이 어느 순간부터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실 할매들은 여전히 많지만, 할배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그나마도 어쩌다 한번씩 얼굴을 비출 뿐이다. 할매들은 죽기 직전까지 운동을 하러 나오는데, 할배들은 정말 게으르다. 아마 남자들이 일찍 죽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 한 젊은 남자 Roy가 허리 수술을 받기 위해 캘거리에 다녀왔다고 한다. 빅토리아에서는 수술 대기 시간이 2년이나 걸리지만, 캘거리에서는 본인돈 3만 불을 내면 바로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한때 RCMP(연방경찰)였다는 로이가 수술이 잘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지팡이에 의지해 다니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매일 수영장에 나오는 ‘Dawn’이라는 할매는 나와 동갑이다. 그녀의 다이어트는 거의 열정에 가까운 모습이다. 최근 식단 조절을 하지 않아 4파운드가 쪘다고 한탄하는데, 사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크게 살이 찐 것 같지 않다. 운동이 끝난 후에도 혼자서 한 시간 더 수영을 할 정도로 노력하는 그녀는 매일 자신의 몸무게와 끈질기게 씨름하고 있다. 그녀에게는 살과의 전쟁이 한평생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어제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루스라는 할매는 올해 일흔인데, 며칠 전 갑자기 사망했다는 소식을 강사가 전해주었다. 강사는 이 슬픈 소식을 전하며 울먹였고, 우리 모두는 숙연해졌다.
얼굴을 보이지 않는 할매와 할배들은 대부분 다리, 허리, 어깨 및 유방 수술을 받았거나 물속에 들어올 수 없는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글을 쓰다보니 나도 진짜로 할매가 되어 있다. 그것도 할매들 그룹 속에 깊숙히, 허 허 허. 내일은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밴쿠버에 갈 때는 컴퓨터를 가지고 나가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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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흐리고 비 / 10도 / 수영장 다녀오고 내일 패리 타러 나갈 준비와 하숙샘 음식(돼지고기 김치찌게) 챙기기 등등 바빴다. 하숙샘이 팥떡이 먹고 싶다고해서 어제 저녁에 팥을 불려놓았고 저녁 하면서 팥떡 한 접시 만들어드렸다. “샘, 내일 출출할때 드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