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이야기 4420 – 열 시간의 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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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강풍이 몰아친 날이었다.

수영장에서 운동이 거의 끝나갈 무렵, 갑작스러운 정전이 일어났고 모두 놀랐다. 강사는 끝까지 동작을 이어갔지만, 가드가 나와서 모두 다 나가야 한다고 알려왔다.

탈의실은 아주 희미한 응급등만 비추고 있어 할매들은 어둠 속에서 몸이 서로 부딫히는 일을 당하면서도 서로 웃으며 옷을 더듬어 입어야 했다. 평소 같으면 나처럼 hot tub에서 여유를 즐기던 사람들도 오늘은 모두 함께 나와 혼잡한 속에서 허둥지둥 옷을 갈아입어야만 했다.

집에 돌아와 곧 전기가 들어올 거라 생각하며 기다렸지만, 저녁까지도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밖앝 어둠이 더 깊어지기 전에 얼른 냉장고에서 반찬들을 상에 꺼내놓고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포터블 버너로 라면을 끓였다. 희안한 것은 집 안에서 어두운 불 빛 아래 먹는 라면이 주는 묘한 낭만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 후에는 딱히 할 일이 없는 관계로 하숙샘과 평소하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밤 9시가 되어 드디어 ‘띠리리~’ 전자기기들이 다시 켜지며 정전이 끝났다. 장장 열 시간동안이었다. 정전되는 시간동안 세탁된 세탁물을 꺼내지도 못했고, 전화도 충전할 수 없어 전원을 꺼둬야 했다. 비데도 작동하지 않아 화장실이 불편했고, 가장 아쉬웠던 건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없던 것이었다. 캐나다에 온 후 이렇게 오랜 시간 정전이 된 건 처음이었다. 아니 한국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지옥과 천당을 하룻만에 만났다. 역시 천당이 최고지!

** 아침에 아는 교인 부부가 오후에 방문 한다고해서 약속을 했는데 이런일로 취소됐다. 휴~ 강풍 무셔워~

** 짤 뉴스 – 오늘 빅토리아 지역에 시속 90km에 달하는 강풍이 불어 여러 곳에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강풍은 도시 전역에 걸쳐 나무가 쓰러지고 전선이 손상되는 등의 문제를 일으켜, 약 30,000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강풍으로 인해 BC Ferries의 일부 노선이 취소되는 등 교통에도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환경청은 강풍으로 인한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고, 야외 물건을 고정하거나 실내로 옮길 것을 권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