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하루였다.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삶이 흘러가는 소소한 순간들 속에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코로나와 독감 예방주사를 맞기 위해 약국을 다녀왔고, 매 주가는 계란 농장에 들러 신선한 계란을 사왔다. 그곳에서 만난 계란은 다정하게 손안에 담기며, 늘 그렇듯 생명의 기운을 품고 있는 듯했다. 농장에는 두 달전에 부화했던 어린 병아리들이 어느새 중간 사이즈로 자라난 모습을 보며 신기했다. 농장 주인은 그 중에 숫 놈이 네 마리가 있다며 사이즈가 다른 닭보다 약간 크고 색깔이 다른 놈 보다 조금 흐린 털을 가진 닭을 가르켜 준다. 숫 놈이라서 그런지 벌써 버슬이 조금 크게 달려있다.
돌아오는 길에 보는 가을 풍경은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웠다. 단풍 잎들은 붉고 노랗게 물들어 바람에 살랑대며 춤추고 있었고, 그 속에서 내 마음도 덩달아 흔들리는 것 같았다. 나이 들수록 이런 고요한 순간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숲속에는 일 주일전에 끝난 할로윈의 고스트 모양들이 아직도 높은 나무에 매달려 흔들 거리고 있었다. 내 생각에는 이런 할로윈 행사는 그져 가볍게 생각하면서 아이들에게는 ‘사탕받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는 분의 부탁으로 그분의 집에서 작은 일을 돕기도 했다. 오래 알던 사이이기에 어색함 없이 도울 수 있어 좋았다. 내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손길을 내밀 때마다 할 수 있는 한 거절하지 않는다. 나도 가끔씩 다름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우리 집에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며 밥도 먹고, 커피 한 잔 나누는 시간을 보내는데, 방문객 없이 조용했다. 참 묘하게도, 이 평화로운 적막 속에서 그동안 다녀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리는 듯하다.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 작은 나눔과 배려가 깊어가는 가을 날씨 속에서 소중하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____________________
내가 하숙샘에게 물었다. “샘, 오늘 저녁 짜장면 어때요?” 하숙샘이 대답했다. “좋지요.” 나는 대답을 듣는즉시 후다닥 야채와 고기를 볶아 짜장 소스를 만들고 국수를 삶아 짜장면 을 만들었다.
날씨 : 맑음 / 수영장 다녀오다. / 12월 1일과 2일 타주에서 놀러오는 방문객 예약있다. /
13년 전, 인터내셔널 그룹으로 전시회를 갔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대홍수가 발생해 217 명이 사망하고 89명이 실종됐다는 기사를 접했다. 아름다운 바르셀로나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요즘은 어디가 안전한지 알 수 없어서, 여행을 떠나기가 두려운 마음이 든다. 성경의 예언대로 ‘세상 종말’을 매일 눈으로 보면서 살고있지만 사람들은 경각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