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순진한 듯 보이지만, 그 마음 깊은 곳에는 남의 것을 빼앗거나 자기 것을 지키려는 강한 본능이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우연히 목격한 두 가지 장면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오래전,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모이는 큰 모임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작은 놀이용 클립 안에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남자아이가 다가와 클립을 만지려 하자, 안에 있던 여자아이는 그의 손을 힘껏 밀어내려 애쓰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순진한 표정으로 단순히 클립을 만져보려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클립 안의 여자아이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공간을 지키며 남자아이의 손을 치고 있었다. 아무런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단지 손을 뻗었을 뿐인 상황에서, 여자아이는 자신의 영역을 방어하려는 본능적 반응을 보였다.

두 번째 이야기
지난주, 수영장에서 운동을 하던 중 마주친 또 다른 장면이다. 네 살쯤 된 남자아이가 알록달록한 고무공을 가지고 즐겁게 놀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뒤,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가 다가오더니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작은 단색의 검정색 공을 내던지고, 남자아이의 공을 빼앗으려 했다.

남자아이는 자신의 공을 지키기 위해 거부했고, 결국 여자아이의 할머니가 손녀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달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공을 차지하지 못한 여자아이의 얼굴에는 심술이 가득했다. 계속해서 자신의 공을 바닥에 내던지며 불만을 표출하면서 신경질을 부려댔다. 결국 남자아이의 엄마가 아들에게 양보하라고 말했는지, 그 예쁜 공은 여자아이에게 넘어갔다. 여자아이는 공을 손에 쥐고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공 놀이를 시작했다.

내가 한 시간동안 물속 운동을 마치고 Hot Tub에 들어간 뒤, 그 여자아이를 다시 보게됐다. 그런데 이게 원말인가.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공은 이미 다른쪽 물 위에서 홀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잠깐 가지고 놀겠다고 남의 공을 빼앗으려 심통을 부리던 꼬마 여자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순수한 성품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때로는 자기 이익을 우선하려는 본능과 이기적인 면이 더 두드러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며, 우리의 본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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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흐리고 간간이 비가오다. / 7도 / 수영장 다녀오다. / 수요일 저녁에는 여자 교우 한 사람의 방문 예정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