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파 피클을 담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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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맞이는 내게 언제나 즐거움과 도전의 시간이다. 친구들은 자주 나에게 묻는다.
“손님 오는 게 정말 즐겁니? 난 스트레스 때문에 일주일 전부터 미리 걱정이야.” 그럴 때면 나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아이고, 나는 이상하게도 손님이 오는날은 너무나 신나있지, 헤 헤 헤!”
내가 다양한 김치를 자주 담그는 이유도 손님을 위한 작은 선물 때문이다. 지난주에 담근 깍두기는 며칠 전 가까운 이웃에게 선물로 주었고, 잘익어서 새콤하던 깍두기는 오늘 저녁에 마지막으로 김치통을 다 비웠다. 내게는 김치 맛이 절정일 때 끝내야 한다는 나만의 철칙이 있다. 물론 겨울에는 묵은지로 김치찌개를 끓여 깊은 맛을 즐기기도 하지만, 나는 김치 본연의 맛이 완벽할 때 나누고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코스트코에서 오이를 네 봉지나 사 온 것도 사실 다 계획이 있었다. 수영장에서 함께 운동하는 친구들, 소위 ‘수영장 할매들’ 중 몇몇에게 오이김치를 선물로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달에 미리 이 할매들에게 11월 30일에 이른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다고 초대를 해 놓았다. 평소 내 오이김치를 맛보고 좋아하던 할매들에게 하나씩 선물하려고 이번에는 유난히 많이 담갔다. “오이김치! 오이김치!”를 외치는 그들의 유쾌한 목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듯하다.
이런 마음으로 부엌에서 바삐 움직이는 나를 보며 문득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는 늘 교회 가는 날이면 손수 만든 음식을 봉지나 그릇에 담아 교인들에게 선물하시곤 했다. 그 모습이 나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지금의 나를 만들었나 보다. 주고 싶어서 주는 것, 그저 선물하는 그 자체가 행복해서 힘듦을 잊게 되는 것. 아마도 이 모든 것이 엄마의 DNA 덕분일 것이다.
물론 내 몸도 온전한 상태는 아니다. 침대에 누울 때 빼고는 늘 허리가 쑤시고 몸이 앞으론 쏠릴 것 같지만 견디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도 내가 머릿속에 짜놓은 하루의 프로그램을 모두 마치고, 이렇게 글을 쓰는 행복한 시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손님 맞이를 준비하며 김치를 담그고, 음식을 나누는 시간은 나에게 작은 고통보다는 훨씬 큰 기쁨을 가져다준다. 그 기쁨이 바로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오늘도 부지런히 부엌에서 움직이던 엄마를 떠올리며 미소 지어본다.
코스코에서 고등어 4 마리들어있는 한 팩을 사와서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몇 시간 말렸다.
말린 고등어로 두부넣고 고들어 졸임을 만들다. 고등어가 부서지지 않고 특별한 맛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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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흐리고 간간이 비 / 12도 / 수영장 다녀오다. / 어제 저녁에는 교회 손님 부부가 다녀갔다. 만남은 언제나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