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년 봄, 우리가 키우던 닭들을 닭이 많은 집으로 시집보냈다. 우리 집에서 3년 넘게 닭을 키우며 즐거운 시간도 많았지만, 종종 동물에게 닭을 잃기도 했고, 밤이면 쥐가 몰래 들어와 닭 모이를 싹쓸이해가는 일도 있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은 우리 집 닭이 시집간 곳에서 찍은 것으로, 그 집의 귀여운 소녀와 함께 찍힌 모습이다. 왼쪽에서 모이를 먹고 있는 닭이 바로 우리 집에서 간 닭이다. 이제 닭을 키우던 그때의 일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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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사랑했고, 행복했다.
요즘 나는 자주 서랍과 옷장을 정리한다. 어제도 책상 서랍을 뒤적이다 두툼한 공책 한 권을 발견했다. 버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펼쳐본 순간, 그 안에 빼곡히 적힌 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공책 속 글들은 내가 육십이 되던 무렵의 기록이었다.
그때 나는 사랑에 힘겨워했고, 사랑의 열병을 앓으며 이렇게 조금씩 나이 들어가고 있었다.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이, 그 글 속에서 다시 살아났다.
공책 몇 장의 글들을 옮겨본다.
*사랑이 소리없이 온다. 사랑은 물처럼 바람처럼 밀려오고 스쳐가는가? 용혜원의 ‘네가 내 가슴에 없는 날은’을 읽었다. 그대와 나 – 그대와 나 설령 이 땅에서 함께하지 못할지라도 사랑으로 행복할 것 입니다. 사랑은 가슴에서 피어나는 것. 영원으로 꽃 피는 것. 계절이 가면 꽃도 지듯 우리들의 사랑도 그리 머무를 시간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제 자리로 돌아가기 때문 입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 그 싱싱함에 놀랜다. 머슴 같기도 하고 충직한 일꾼 같은 젊은이. 오늘은 내가 너의 시가되고, 내일은 네가 나의 시가된다.
이제 시를 쓸 수 있습니다. 사랑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다가올 혹독한 힘듬을 생각하면 나는 사랑을 막아야 합니다. 사랑을 막아주세요.
사랑이 달려옵니다. 무섭고 두려움 입니다. 거침없는 바람을 일구면서 사랑의 터널에 올랐습니다. 시계를 자꾸 처다보며 그 사람의 행동에 안테나를 세웁니다.
*김치만두가 김치 한테 사랑을 고백할때 “내 안에 너 있다.” 문학은 어차피 사랑에 관한 것이다. 폭풍의 언덕에서 캐서린이 히스클피프에 대한 사랑을 고백할 때 “내가 겪은 고통은 모두 그의 고통이었어.”
왜 눈뜨면 모두들 허둥지둥 뛰어야 하나요? 그리고 만약 뛰지 않는다면 덜 행복하나요? 사랑하는 사람, 내일의 희망, 내가 할 수 있는 일, 이모두를 합하여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인생은 길 없는 숲이고, 길을 찾아 숲속을 헤매는 것이다.
다니엘디포 – 로빈슨 쿠루소의 저자. 1703년에 영국국교회를 비판하는 글을 써서 투옥된 적도있다. 그는 무인도에서 황금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글도 남겼다. 직업 – 소설가. 스파이. 정치 선전가 등.
프랜시스 호즈순 버넷 (1849-1924) 비밀의 화원, 소공녀, 작은 소년왕자의 저자.
알프스는 아무리 깊은 절망을 안고 있는 사람이라도 고개를 돌려 바라보게 하는 아름답고 멋진 경지를 지니고 있다. 흙 속에서 새싹이 돋고 새가 하늘을 나르는 힘, 바로 마법의 힘이죠. 나는 그것을 하나님이라 부르던 자애롭고 위대하신 분~
*그대는 꿈으로 와서 가슴에 그리움을 수놓고 눈뜨면 보고 품으로 다가온다. / 뛰어들 수도 없는 우리는 살아가며 살아가며 그리워 그리워 하며 /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우리들의 삶은 하나의 약속이다. 나무들이 제 자리를 스스로 떠나지 못함이 하나의 약속이듯이, 만남속에 이루어지는 마음의 고리들을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켜야 한다. / 우리들의 진실한 삶은 하나의 약속이아닌가?
나는 당신 때문에 병들었지. 보고픔의 병일세~
한잔의 커피, 하루에 한잔의 커피한잔. 허락되는 삶을 향내를 음미하며 살고픈데 지나고 나면 어느새 마셔버린 쓸쓸함이 있다.
두송이 붉은 장미가 하룻만에 시든다. 사랑이 이렇게 시들어버리면 어쩌나? 하늘마저 호수에 잠겨 푸르른데 어느새 조용히 다가온 아침이면, 복분자를 혼자 홀짝 거리며 마신다.
열고보면 만지고 싶고, 가지고 싶은 예쁜 가슴이 되어 나온다.
사랑을 하면 누구나 글쟁이가 된다. 언제 또다시 불같은 사랑이 내게 찾아올까?
그때는 절대로 놓치지 않고, 꼭 붙잡을 것이다.
그런데 사랑이 없는 지금도 행복한건 또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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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흐림 / 10도 / 수영장 다녀오다. / 뉴스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 저기서 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