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할매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의 젊었을 적 얼굴을 상상해보는 일은 의외로 재미있다. 우리 동양인들도 대체로 비슷비슷한 얼굴들이지만, 가끔 눈에 띄게 아름다운 얼굴이 있듯, 이곳 할매들 중에도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미모가 돋보이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늙음 앞에서 그 미모가 과연 무슨 소용일까?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고, 모든 것을 조금씩 가져가니까. 벌써 내가 이 수영장에서 운동을 시작한 지 4년을 넘기고 있다.
그동안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할매들도 많다. 어떤 할매는 세상을 떠났고, 어떤 할매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이곳에 올 수 없게 되었다.
매일 반복되는 이 풍경 속에서 나는 삶의 본질과 마주한다. 피어나는 젊음도, 빛나던 아름다움도, 결국 시간 앞에서는 흔적만 남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것이다.
내 주위에서도, 나이에 상관없이, 마치 이가 빠지듯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져간다. 그들의 부재는 때로는 허전함으로, 때로는 삶의 무게로 다가온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깨닫게 된다. 남에게 더 뽐낼 것도 없고, 기 죽어 주눅 들 일도 없다. 우리는 모두 같은 종착지를 향해 다른 속도로 걸어갈 뿐이니까.
나는 묻는다.
오늘을 어떻게 더 빛낼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잠시 머무르는 나그네
흩날리는 낙엽처럼 왔다가 가는 존재
오늘이라는 하루에
감사를 심고, 사랑을 물들이고,
기억 속에 남을 선한 흔적을 새기자
삶은 길고도 짧은 선물
행복의 바이러스가 퍼지는
작은 우주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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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가랑비 / 7도 / 수영장 다녀오다. / 할매들에게 맛있는 전통 한국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꾸준히 메모하며 준비하고 있다. 모두가 큰 기대를 안고 오기에,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강사 3명을 포함해서 모두 13명이 온다.